사물과 잡념

손톱 - 얼마나? 어떻게?

by 녹장


딸깍.


나에게는 손톱을 짧게 깎는 버릇이 있다.

아마도, 어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생긴 버릇인 것 같다. 당시 선생님께서는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손톱 관리를 하셨다. 피아노는 손가락을 세워서 쳐야 하는데, 손끝에서 건반을 누를 때 탁탁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짧게 잘라오 규칙을 만드셨다. 이후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나서도 긴 손톱이 어색했던 나는 늘 손톱의 하얀 부분을 거의 남기지 않을 만큼 짧게 손톱을 깎아왔다.


딸깍.


하지만 손톱을 깎을 때마다 신경 쓰이는 말이 있다.

손톱을 너무 짧게 깎으면 내성 손톱으로 자랄 수도 있고, 상처가 나기도 쉽다는 것. 실제로 아프긴 하다.

그렇다고 손톱을 길게 놔두자니, 이럴 거면 깎는 의미가 뭔가 싶다. 손톱 길이의 어딘가. 그 조율이 중요하다.


딸깍 딸깍.


아니, 길이는 정해진 기준이 없지 않을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자르는 것, 그건 내 마음이지 않나?

그럼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손톱을 깎을 땐 무엇이 중요할까?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무엇일까?

손톱깎기의 센트럴 도그마를 고민하게 된다.


딸깍 딸깍.


고민 끝에, 정작중요한 건 얼마나 보다 어떻게는 결론이다.

손톱을 깎고 나서 만져봐서 뾰족한 게 있으면 그 부분은 다듬는다.

내 손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기에, 모난 부분을 남기지 않는다.

얼마나 자르는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자르던 만큼 자르면 그만이다.

얼마나 보다는 어떻게.

남을 향한 나의 배려심이 손톱에 묻어 나온다면, 길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천천히 손톱깎기를 마무리한다.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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