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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룡 Jan 27. 2024

내 목소리를 돌려놔!

기도삽관 후유증

나는 뇌 수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술 중 출혈을 겪은 케이스라 왼쪽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말고도 전신에 걸쳐 가지가지로 문제가 많다.  수술후유증과 출혈 후유증을 함께 겪고 있는 것이다. 보통 수술 시 기도삽관으로 인한 후유증은 며칠에서 일주일정도면 사라진다던데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종류별로 후유증을 겪었다.


후유증 1

집중치료실을 지나 일반병실에서 지낼 때 어느 날부터인가 반듯하게 누워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은 반듯하게 눕기만 하면 기침이 끊이질 않아 잠에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병원에선 내가 한쪽뇌를 수술하느라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삽관을 했기 때문에 한쪽으로 목을 자극해 놔서 목이 반듯하게 펴지면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여 기침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원인은 내가 옆으로 누워서 기도 삽관을 한 것 때문인 게 첫 번째이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면 계속 가래를 뱉어내야 하는데 내가 그때 덜 뱉은 가래가 남아 있던 건지 가래가 조금씩 생기면서 목을 불편하게 한 것이 두 번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수액으로 가래약을 처방받았고 저녁에 그 수액을 맞아야지만 잠이 들 수 있었다. 가래약을 수액으로 며칠 맞았더니 반듯하게 눕지 못하는 그 증상은 얼마 안 가 사라졌다.


후유증 2

이건 사실 뇌출혈의 원인이 더 크지만 보통 기도삽관의 후유증으로 많이 이야기한다. 수술한 지 한 달이나 지난 지금, 나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이전과 똑같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목소리는 손처럼 기능이 돌아오는걸 내가  명확하게 느끼기가 힘들어서 이 부분은 주변사람들과 전화를 할 때 확인하고 있다. 주변사람들은 현재 나의 목소리를 꽤 많이 돌아왔다곤 하지만 여전히 본래의 나의 목소리에서 기운이 없어진 것 같다고 한다.  맞긴 하다.(기운은 늘 없다.) 보통 기도삽관으로 인한 목소리의 문제는 며칠에서 일주일이면 낫는다 하였다. 하지만 나는 왼쪽의 근육이 약해진 탓에 얼굴의 왼쪽 볼과 입꼬리에도 문제가 생겼다. 볼은 원활하게 움직이질 않고 입꼬리는 이전보단 나아졌지만 아직도 왼쪽이 더 쳐진다. 지금의 목소리나 발음이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본래의 목소리로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 기분을  한층 우울하게 한다.

필자는 평생 말하는 것, 목소리를 쓰는 것에 있어서 항상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을  받곤 했다.

초중고를 통틀어 학교를 다니는 내내 교과서를 읽어야 할 때 혹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에 항상 지목되곤 했다. 시원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발음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의 입으로 말하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하기로 꽤나 유명하기도 했다.


이러했던 나는 지금 허약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가진 환자가 되었다. 내가 병원에 있다는 상황이 내 목소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것 같다. 하여튼 이 병원에서 얼마 전 나는 내가 말할 때 약간 어눌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때 지금의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실제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전보다 많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목소리를 이렇게나 좋아했다는 것도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한편으론 죽 먹는 것도 힘들었던 내가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게 몸이 많이 회복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먹고살 만 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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