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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Mar 21. 2024

ADHD의 일기장

내가 그냥 게으른 줄 알고

2019년 8월 22일

 며칠 째 컨디션은 저하, 마음은 답답하다. 5교시 끝나고 회계 선생님을 찾아갔다. 내일 동아리 시간에 상담하기로 했다. 털어버리자. 답답한 것도 자신감이 없는 것도, 왜 대학을 가고 싶은지도, 왜 취업을 하고 싶은지도.

 나는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없어. 이쪽으로 찾아는 보지만 자신도 확신도 들지 않아서 선생님들 질문에는 애매한 대답만 하게 되지, 그로 인해 마음은 더 답답해지지.... 그래서 "상담"이라는 게 두려워서 불안한가 봐. 이렇게만 하자고 생각은 해도 상황은 항상 다르게 흘러가서, 또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하고 답답해. 나는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 

 나는 충분히 하려고 노력했어. 계획도 짜고 준비도 다 했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걸 어떡해? 머리는 자꾸 불안하고 답답한 감정만 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데 극복하지 못하는 게 죄야? 어디서 봤듯이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인 거 아닐까? 상담을 받든 정신과 상담을 해보든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언니에게 털어보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하루종일 이런 감정으로 힘들어. 불안하고 답답하다.


2019년 11월 20일

 모의고사 직업탐구 회계를 생각보다 잘 쳐서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열심히 하고 싶어 져서 나도 가능성이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숙사에 와서 놀고, 학원 갔다 오고 라면을 먹고, 운동 안 하고, 공부 안 하고, 방정리를 하고, 계획 정리 한다고 하고, 또 늘 하던 것처럼 정리만 주야장천. 스터디 플래너가 비는 게 꼴 보기 싫어 오늘도 안 했어하고 나한테 실망하게 돼서 내가 싫고 미운데 어디까지가 내 감정이고 자기 연민에서 나온 건 아닌지 그냥 모든 게 짜증 나고 싫다.

 벌써 새벽은 지나고 있는데 새벽을 샐지 말지, 일기를 쓸지 말지, 정리를 할지 말지 토요일이 너무 불안해서 정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싶어 져서. 난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를까. 나도 성장하고 싶은데 더 많이 하고 싶은데 순간의 욕심에 혹해서 일을 그르치게 만들까? 그래서 내가 싫다. 실망스러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눈물만 나온다.


2019년 11월 24일

 주말 내내 폭식하고 놀고 왔다. 언니랑 겨울왕국 2도 보고 엽떡도 먹고 피자도 먹고 보쌈도 먹고 빵도 먹고 고구마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신나게 놀고 왔으니까 기분이 편안해야 할 거 같은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불안함 때문일까?

 그래, 워드는 불합격일 테고

 다이어트는 실패다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그래도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게 있잖아 물론 눈에도 머리에도 하나도 안 들어오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짤 수 있잖아.

 나는 계획 짜고 정리하는 게 좋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모든 흐지부지 될 거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공부도 일도 그만큼 더 하면 되지 않을까

 뭔가 되게 한심하다. 한심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를 기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지금도 이렇잖아. 벌써 1시 반인데...


2019년 11월 28일

요즘 의욕이 없다. 취업강연도 듣고 공부해야 하는 것도 아는데 왜 하나도 집중이 안될까? 불안해서일까. 여행지리 시간에 기분이 너무 더러운데 오늘 기분 최고조를 찍었다.  태도도 불량으로 다 티 났을 거야. 하난도 이해 안 돼. 내가 그런 걸 왜 배워야 해. 이러면서 여행지리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감정기복이 심해서인지 서러워져서 눈물이 났다. 감정기복... 그래 요즘 왜 이럴까

워드 떨어진 거 다시 보면 되는 거 그렇게 걱정 안 되는데 속은 답답하고 이유는 모르겠고 야자시간은 지루하게 짝이 없다. 그냥 내가 너무 한심하고 우울하고 왠지 자꾸 울컥한다.


2020년 5월 17일

 이 날은 담임선생님이 ㅇㅇ공단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보자고 하셨다. 첫 취업 시도라 떨어질 걸 알았지만 그래도 설레었다. 그러나 자소서도 안 쓰고 공부도 안 해서 언니에게 결국 한 소리 들었다.

 생각이 없는 거 같다고. 한심하다고.

 16일에 조심성이 없다는 말까지 3 연타... 이때는 울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냥 팩폭이고 쓴소리이다. 사실이긴 하니까.


2020년 11월 19일

 어제는 12시가 조금 넘어 잤다. 아침에 일직 눈이 떴지만 일어나는 건 8시 28분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매일매일 일찍 자고, 그나마 개운한 아침을 반복하다 보면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하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여전히 다이어리를 보면 정리가 하고 싶어 지고 "정리"를 하지 않으면 될 일도 안될 거 같아서 불안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계획을 세워서 불안함만 없어질 뿐이지 실천을 하지 않으면 결국 도돌이표이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걸 우선으로 두자

 무언가 강박에 시달리듯 정리를 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실천을 행동을 회피하고생각만을 반복하는... 결국 이것은 회사와 업무 관계에 있어서도 나쁜 영향을 주겠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이것들 먼저 정리해야 해. 먼저 이걸 해야겠어. 마음은 급한데 행동은 나오지 않아. 결국 행동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계획 세우기 인 것뿐이야.

 이제 곧 12시인데 이런 생각들로 또 마음이 복잡해져. 이건 무슨 강박인 걸까.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2022년 11월 ADHD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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