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유 Mar 09. 2024

유럽도 빠른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feat.아마존 UK


영국 런던에 와서 생활한 지 벌써 7개월이 다 되어간다.


런던에 온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일은 많지 않다.(=집이 작아서 강제 미니멀 라이프 실행 중이라 집에 둘 곳이 없음)


하지만 굳이 사야 할 제품이 있다면 대부분은 아마존에서 사는 편인데, 


- 필요한 제품은 아마존에서 거의 다 구할 수 있고

- 배송이 너무 빠르다. 예상 배송일에는 거의 다 도착하고, 심지어 그 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하던 내가, 택배를 시켰는데 예상 배송일에 받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는 정서가 만연한 나라에서 얼마나 당혹스러운 경험들을 했었는지 떠올려보면? 배송이 빠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실 아마존은 나에게 더 얹어 줄 서비스따윈 없어도 되는 것이다 ㅎ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어제 경험했던 아마존 고객센터 상담원과의 통화는... 나에게 앞으로도 가능하면 쭈욱 아마존을 이용할 수 밖에 없을 이유를 추가해주었다.



상황은 이렇다.


어제 밤,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45.78을 결제 완료.

이미 내 카드 계좌에서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주문을 완료한 뒤, 5분도 지나지 않아 배송지를 변경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배송지를 변경하려고 하니, 갑자기 결제 카드 정보를 다시 입력하라는 메세지가 뜬다? (개인정보 확인이라나..)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니, 그로부터 몇 분 뒤.


결제 문제로 주문이 보류중이라는 메세지가 뜸.

(아까 결제 완료했고, 계좌에서 금액도 나갔는데 무슨 소리...)


전화기에서 다시 카드 앱을 열어보니


잉...


이건 또 뭐람.


유럽은 워낙 scam 사기가 많다고 해서, 온라인 결제용 계좌에는 절대 돈을 필요이상 많이 넣어 두지 않는다. 제품 결제 전에, 결제할 금액 정도만 옮겨 놓은 뒤, 주문을 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45.78+7 파운드 금액을 결제해야 하니 대략 60파운드 정도만 넣어두고 결제를 했다. 그러니 남은 돈은 채 10파운드가 안 된다. 아까 카드 정보를 다시 입력하라고 하더니, 이미 결제한 금액에 또 다시 결제가 시도된 모양이다. 어쨌든, 이중 결제를 시도했다면 잔액이 충분하지 않으니 declined 되었을테고...


포인트는, 나는 이미 결제를 완료 했는데 다시 결제는 왜 시도된 것이며, 그 두번째 결제가 완료가 되지 않았기에 내 주문이 보류가 되었다? 그럼 아까 내 계좌에서 출금된 45.78 파운드는 뭐란 말인가? 이 금액이 내 계좌로 다시 들어온 것도 아닌데...


아무튼, 이렇게 주문은 pending이 되었고, 이 때는 이미 밤 12시가 넘은 시간.

다음 날 오전에 아마존으로 문의를 하기로 함



다음 날 오전.

내 주문은 여전히 보류중이었고, 어제 밤 내 계좌에서 빠져나간 45.78도 여전히 빠져나간 채 그대로다.



아마존 UK에 로그인 한 뒤, 상품 주문 내역을 누르고 고객 센터 메뉴를 찾으면

이렇게 고객센터에 전화를 요청할 수 있는 메뉴가 뜬다. (내가 고객센터로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님. 고객센터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도록 요청)


저 Request call now 버튼을 누르면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폼이 나오고, 여기에 본인 번호를 입력하고 Call me now를 누르면?


진짜 바로 전화가 온다. Right Now!


1분도 안 걸린 듯 ㄷㄷㄷ



상담원 1 : "어떻게 도와 줄까?"


나 : "(이전 상황을 설명하고)현재 돈은 출금이 된 상황인데, 왜 내 주문이 완료가 안 되는거니?"


상담원 1 : "잠깐만, 확인하고 올께"


나 : "응"


상담원 1 : (엄청 금방 돌아옴)"확인해 봤더니, 너 카드에서는 돈이 빠져 나갔지만 최종적으로 그 (카드)은행에서 우리에게 돈이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없는 이유로)거부했어. 그래서 우리가 아직 돈을 못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너의 주문을 완료해 줄 수가 없어."


나 : "그래?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


상담원 1 : "그건 너가 직접 은행에 물어 봐. 은행에서 그 돈을 너에게 다시 돌려준다면 아마 영업일 기준으로 3~5일안에 환불될꺼야. 너가 여전히 제품을 받길 원한다면 다시 주문을 하고 다시 결제를 해."


나 : "그래. 알아썽."


아마존 상담원의 너무나 간단하고 쿨한 대처(?)에, 이런 식으로 전화를 종료했다면 깔끔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전화를 끊고도 뭔가 개운한 맛이 없다. 다시 카드앱을 열어서 보니, 아차차....... 주문이 완료가 안된 건, 내 잔고가 부족해서 결제가 안되었기 때문에 주문이 안 된거잖아. 은행이 중간에서 돈을 안 보내줬다는 건 또 뭔 멍멍소리냐구 ㅜㅠ


바로 아마존에 전화를 다시 걸었다. Call me now 버튼을 누르니 역시나 단번에 전화가 옴. 캬아... 진짜 빠르네. 유럽에서 '빠른' 서비스에 감탄해보는 일이라니.



상담원 2 : "어떻게 도와줄까?"


나 : "(원래 상황 + 조금 전 일까지 다시 설명함)왜 결제 금액을 2번이나 인출하려는 거야? 나는 이미 결제를 했는데?"


상담원 2 : "잠깐만, 확인하고 올께."


나 : "응"


내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제외하고는 여기까지는 아까 상담원 1과 통화했을 때와 비슷하다. 그런데, 잠시 뒤 돌아온 상담원 2의 대처는 상담원 1의 그것과는 완전 다른 내용이었다.



상담원 2 : "확인해 봤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결론적으로, 너는 물건값을 지불한 건 맞지만, 현재로선 주문이 완료되지 않은 건 사실이야."


나 : "내가 원하는 건, 돈을 환불받는 게 아니라, 제품을 가능하면 빨리 집으로 배송받는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니?"


상담원 2 : "그럼 현재 주문을 취소하고 금액을 환불해 줄께. 다시 주문을 해야겠지만, 주문을 다시 해 줘."


나 : "주문을 취소하면, 금액을 환불해준다고? 누가?"(이런 경우는 환불이 처리되고 다시 내 계좌로 금액이 들어오는 건, 은행 영업일 기준 몇 일이 걸리기 마련임)


상담원 2 : "주문을 취소하면 금액은 바로 너의 계좌로 들어갈꺼야. 취소는 네가 해도 되고, 여기서 내가 해줄 수도 있어. 취소를 원하면 내가 해줄까?"


나 : "(주문 취소는 내가 해도 되지만 환불도 바로 된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함)그럼 너가 취소해 줘. 환불된 거 확인되면 다시 주문할께."



상담원 2는 알았다며 취소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환불도 완료되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


..??




헐.

바로 금액이 계좌로 환불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담원 2는 아직 전화를 끊지 않았다.



상담원 2 : "환불된 거 확인했니? 그리고 이번 건으로 너가 불편함을 겪게 해서 미안해. 30파운드 기프트 바우처를 줄 테니까 나중에 사용해."



왓?

???

??????


내가 무슨 컴플레인을 했다고, 기프트 바우처까지?



홀연히 내 아마존 어카운트에 들어와있는

30파운드 기프트 바우처.....



썰이 너무 길어졌다.

이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마존의 대처가 내 기대 이상으로 너무 '빠른' 대처였고, 그 동안 유럽의 '느려도 너무 느린' 행정 + 온갖 서비스로 입었던 마.상.에 '유럽에서 이렇게 빠른 대응도 있었다'는 연고를 조금 바르는 느낌으로 일기삼아 끄적여보고 싶었을 뿐인데... 





결론은 이렇다.

  

영국에서 아마존 고객센터와 통화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전화를 요청하기만 하면 끝. 전화가 바로 온다. 본인 확인을 위해 이런저런 버튼을 누를 일도 없고, 중간에 여기로 저기로 넘겨지는 일도 없다.  


하지만 직원의 응대 스타일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상담 과정이나 결과에 의문이 생긴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시 연락할 것. 고객센터와 연결되는 시간 자체가 매우 짧고, 기본적으로 아마존 고객센터 상담직원들은 매우 협조적이고 친절한 편이다.


상담 직원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의 폭이 넓은 것 같다. 물론, 매니저나 수퍼바이저급의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처리하는 일들이겠지만, 상담 직원과만 통화해도 주문 취소나 환불(심지어 기프트 카드 지급까지?)과 같은 온라인 거래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의 거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 이게 '전부' 아닌지...  






작가의 이전글 영국 택시기사와 스몰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