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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의적 사고의 힘 Jun 03. 2024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II

초짜들이 세상을 바꾸는 기분 좋은 이야기

초짜들의 반란! 세상을 바꾸는 기분 좋은 이야기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 탄생 배경 



백지장 같은 참신한 초짜 배우를 찾아라


부회장님의 광고 승인과 격려 이후, TV CF 제작 준비는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자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CF 모델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이동통신 시장은 초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광고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한 5개 이동통신사는 모두 유명한 셀러브리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드라마 등에서 이름을 떨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저는 이런 접근 방식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모든 이동통신사가 빅 모델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광고 간 차별성이 없었습니다. 고객들은 유명 모델에 주목할 뿐, 브랜드나 광고 메시지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둘째,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적합한 광고 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경쟁사보다 더 인기 있는 빅 모델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광고 전쟁이 아니라 빅 모델 전쟁으로, 본질을 벗어난 양상이었습니다. 광고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빅 모델들은 이미 다른 업종에서 다수의 브랜드 광고를 해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입혀진 여러 브랜드 이미지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깨끗한 백지가 아니라 여러 색이 혼합된 도화지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빅 모델을 새로운 이동통신 브랜드의 얼굴로 쉽게 인식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역발상을 해봤습니다. 아주 단순한 상상이었습니다. 영화에 데뷔하여 스타가 된 배우가 광고에 캐스팅되어 광고를 히트시키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 데뷔하여 스타가 된 모델이 영화에 캐스팅되어 영화를 히트시키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즉, 018 광고로 데뷔하여 히트 광고를 만들어 히트 광고 모델이 된 후, 영화에 캐스팅되어 영화도 히트시키는 것입니다. 018 광고 모델이 연예계의 빅 스타가 되는 것이죠. "018 광고는 스타 양성소", "018 광고는 스타의 산실"이라는 기적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여러 가지 이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첫째, 새로운 얼굴을 발굴함으로써 광고 간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신선한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인 모델을 통해 광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저는 팀과 함께 참신하고 창의적인 광고 모델을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이 전략은 앞으로의 광고 캠페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 모델 발굴: 김민희, 김효진, 원빈 


광고 대행사와 모델 에이전시에 요청한 사항은 명확했습니다. TV CF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는, 완전한 신인 모델을 원한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 요구는 쉽지 않았습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신인 모델이면서 TV CF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란 어려웠습니다. 연기력 부족에 대한 리스크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광고를 계획했기에 대사가 필요 없다는 점이 연기력 부족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애틋한 20대 초반 여성 목소리의 배경음악을 깔아주어 메시지 전달을 도울 계획이었기 때문에, 모델들은 오로지 표정 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추천한 신인 모델 프로필을 살펴보던 중, 하이틴 잡지 광고 모델이던 김민희와 김효진, 그리고 TV 드라마에 잠깐 출연한 원빈을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 선택했습니다. 당시 김민희는 고1, 김효진은 중2, 원빈은 2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민희에 대한 첫인상은 깡마르고 당돌한 눈빛을 가진 소녀였습니다. 고1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작고 이목구비가 또렷하여, 화장을 하면 완전한 20대 숙녀처럼 보였습니다. 그녀의 당돌한 눈빛은 이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에서 "내가 니꺼야, 난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명대사를 매몰차게 할 때 특히 빛났습니다. 


김효진은 베이글 몸매를 가진 수줍은 소녀였습니다. 그녀는 중2였지만 키가 크고 육체적으로 완전히 성숙해 보였습니다. 그녀가 만약 야한 애정 영화에 출연하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을 찍었다면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격은 매우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중2 소녀였습니다. 나중에 유지태와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선남선녀의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이틴 패션 잡지 모델로 활동하던 당시의 신민아, 김민희, 김효진: vogue.co.kr)

원빈은 장발이 잘 어울리는 잘생긴 청년이었습니다. 당시 장발은 유행이 지난 스타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멋있었습니다. 너무 말이 없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그는 감성 연기를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이후 영화 "아저씨"에서 그의 연기와 대사를 보고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의 내면에 있던 또 다른 모습을 강렬하게 표출한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원빈의 첫인상은 바로 이 장발이 잘 어울리는 순수한 청년)

김민희와 김효진은 10대 패션 잡지 모델로 활동하던 거의 무명이었고, 원빈도 드라마에 잠깐 얼굴을 비춘 정도의 무명 신인이었습니다. 이 세 명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광고도 성공하고, 모델들도 떠오른 훌륭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시청자 참여와 엄청난 파괴력 


모든 광고 제작 준비가 완료되었지만, 우리는 단순히 기존 광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상 기억에 남을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쌍방향 소통을 위한 시청자 참여 프로모션입니다. 


TV 광고 마지막 컷에는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코너가 마련되었습니다.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선택하고 전화로 참여하는 방식이었죠. 이 아이디어는 "I Click U"라는 타이틀로 신문, 잡지, 라디오 광고,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이 프로모션은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시도한 최초의 광고였습니다. 또한, 당시 유일하게 가능했던 1분짜리 극장용 CF를 제작하여 영화 상영 전에 방영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스토리 이해와 전파를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TV 광고 마지막 컷)

TV 광고 방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술팀에서 긴장된 목소리로 연락이 왔습니다. TV 광고 마지막 컷에 보인 시청자 참여 전화번호로 전화가 폭주하여 네트워크에 엄청난 부하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표정은 내비치지 않았지만, 속마음은 기뻤습니다. 하나의 광고가 가진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죠.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 캠페인은 단순히 인기를 넘어 공전의 빅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광고는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일으켰고, 김민희, 김효진, 원빈 등 광고에 출연했던 신인 모델들은 이 광고를 통해 스타덤으로 올라섰습니다. 


연결하라, 창의성을 확장하라 


오랜 시간 광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세상에는 완전히 새로운 광고 마케팅이 없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그동안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일으켰던 사례들을 돌이켜 보아도,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도 기존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한 예입니다. 당시 수석 부사장이 건네준 홍콩 뮤직비디오의 스타일과 삼각관계 스토리, 이승철의 노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CF 감독이 발견한 일본 만화의 한 장면, 그리고 시청자 참여 아이디어 등을 모두 연결하고 융합하여 TV 광고 한편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당시 무명 연기자였던 세 명의 신인을 캐스팅하여 신선한 매력을 더했습니다. 이 삼각관계를 다룬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는 시청자 참여 프로모션과 함께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018 인지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사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삼각관계에 인터넷과 사랑을 연결하여 '움직이는 사랑'이라는 새로운 컨셉을 창출한 결과입니다. 


연결하기는 창의성 확장을 위한 핵심 방법입니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결하기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 생각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 연결과 합성의 예술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 천재가 아니라, 독창적인 사고방식과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연 리더였습니다. 그의 유명한 말 중 하나는 "창의성이란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이나 경험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합성해 내는 것이다"입니다. 이 말은 잡스의 창의성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결합하여 전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연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의 교차로 


잡스는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탐구했습니다. 그는 디자인, 기술,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리드 대학교(Reed College)에서 칼리그라피 수업을 들었습니다. 컴퓨터 글꼴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이 경험은 잡스가 예술적 감성과 기술적 능력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합성: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혁신 


잡스는 연결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과 경험을 창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잡스는 휴대폰, 인터넷 기기,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의 기능을 하나로 결합하여 아이폰을 개발했습니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으며, 모바일 인터넷과 앱 사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결과 합성의 시너지 효과 


잡스의 창의성은 단순히 연결과 합성의 개념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습니다. 그는 연결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합성을 통해 실제 제품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탐구 


잡스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벗어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잡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남깁니다. 


창의성은 노력과 열정으로 개발할 수 있다.


실패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시각을 키우자.


잡스의 말처럼,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존의 생각을 깨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창의성을 계발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가 연 초짜들의 전성시대 



90년대 말은 011, 016, 017, 018, 019 식별 번호를 내세운 5개 이동통신회사의 치열한 광고 전쟁터였습니다. 모두 회사의 사활을 걸고 광고 마케팅에 달려들 때였습니다. 이로 인해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각 회사의 광고를 좋아하는 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에 편승하여 국내 모든 광고를 대상으로 매주 광고 인기도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미디어도 생겼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그 미디어는 스포츠 서울이었습니다. 한솔 PCS 018이 거의 매주 1위를 차지했고, 어떤 주는 베스트 10 중에 6개가 018 광고로 채워진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광고팀장으로 재임하는 3년 동안 018 광고는 인지도, 선호도, 인기도 등 모든 지표에서 항상 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018 광고의 전성시대였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조선일보 2000년 12월 15일 자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올해 시청자들 기억에 가장 남는 TV 광고는 PCS '018' 광고 시리즈로 조사됐다. 018은 '묻지마 다쳐',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나는 018이다' 같은 유행어를 낳았고, 삼각관계 CF 모델들을 두고 시청자가 투표를 하게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광고로 인기를 끌었다." 


대한민국 1등! 오래된 기사지만 여전히 기분 좋은 기억입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는 초짜들의 전성시대를 연 광고였습니다. 당시 신임 광고팀장으로서 첫 작품이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저는 큰 힘과 용기를 얻어 "묻지마 다쳐", "나는 018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등 히트작을 연달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성과에 대한 인정으로 "한솔그룹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습니다. "한솔그룹대상"은 한솔그룹 내의 우수 직원을 선정하여 연말에 상을 주는 제도였습니다. IMF 이전의 한솔그룹은 재계 순위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큰 기업이었으며, 저는 3년 연속 광고의 성공으로 이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는 그룹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입사원은 이후 저를 따라다니며 모든 광고 기획 및 제작 과정에 참여했고,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합병 이후에도 그는 성실성과 근면성을 바탕으로 고속 승진하여 현재 KT에서 최고 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당시 갓 데뷔한 디자인 전공의 신임 감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독립하여 자신의 프로덕션을 세우고, 국내 광고업계에서 유명한 감독이 되었습니다. 


김민희, 김효진, 원빈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TV 광고로 데뷔한 후 TV와 스크린에서 모두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들 외에도 다른 018 TV 광고로 데뷔한 차태현, 김정은, 신민아 역시 스타가 되었으며, 심지어 18세 신인가수였던 김사랑도 "나는 018이다" TV 광고에 출연하여 가수로서의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 기획 당시 "018 광고가 스타의 산실"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상상만 하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용기 있게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연결하세요! 


The Show Must Go On! 


[창의적 사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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