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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제원 Feb 08. 2024

#9 - 불안을 잠재우기

끊임없이 의심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A는 일하는 개체 - 날 금전적으로 먹여 살리는 개체이다.

주로 B가 하는 놀이들을 못 마땅해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척한다.

사회적 얼굴을 가지고 있다.


B는 나를 돌보는 개체 - 그리고 금전적으로 먹여 살리는 A를 케어하는 개체이다.

그 외 노는 것, 글 쓰는 것, 그림 그리고 싶은 것 등의 돈 버는 것 외의 모든 것을 담당한다.


주로 두 개의 개체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장에 적을 두고 있을 때는 당연히 A가 기준이 되고, B가 서포트(만) 하는 것으로 돌아간다.


직장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지금은 주로 B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A는 B의 행보에 끊임없이 참견질과 우려를 표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면, 

내가 뭘 하던(=B), 

비판하고, 비난하고, 우려하고, 걱정하고, 심지어 제일 방해하는 것은 바로 나 (=A)라는 거다.  

그 불안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준비하고, 다시 생각을 점검하고, 정말 틀린 생각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고, 어르고 달래고, 그러다가 결국은 지기도 하고.

그래서 때때로 잠정적 은퇴를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사부작대며 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불안한 날이 있기도 하다는 거다.


결국, 내 경우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은 나의 의심의 목소리에게 자료로 그렇지 않다고 완벽하게 증명해 내서 반박할 수 없게 만들거나.

무시하고 저지르고 난 후 결과로 보여주거나 두 가지 방법뿐인 것 같기도.


아마도 지금은 결론을 낼 수 없는 이야기.




+이 주제에 대해서 인트로만 띄워놓고 몇 달째 영 진도가 나가질 않았는데, 생각을 보충해 줄 만한 레퍼런스 몇 개를 최근에 찾았다.






1. 세브란스: 단절


https://www.youtube.com/watch?v=-llwQMyRJvE

단절 : 직장생활과 사생활의 기억을 분리하는 시술을 함.


직장밖의 자아 아우티. 

직장 안의 자아 이너. 

서로의 자아는 서로 기억을 공유할 수 없음.

아우티가 이너의 직장을 다닐 것 등의 결정을 내리는 주체임.

이너가 아무리 퇴사를 하겠다고 의사표현을 해도 아우터가 허락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으며, 좀 과격하게 해석하면 아우터의 삶을 위해 안에서 직장(=노비?) 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주체가 이너.

아우티가 퇴근 후 눈을 깜빡이면 바로 출근시점. (이건 너무 현실반영이라...)



참으로 신박한 설정 아닌가!

설정 자체만으로도 직장인들은 과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구조다.


결국 한 축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사용되고, 한 축은 다른 자아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2.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 / 대니 그레고리
 - 원숭이와 꿀벌과 사자에 대한 이야기



원숭이

P10 /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하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해설을 덧붙이는 작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결정을 지적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하여,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했을 때 일어날 수도 있는 끔찍한 일들을 언급한다. 그 목소리는 잠자코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P14 / 당신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경고하기 위해서다. 당신이 지금 심사숙고하고 있는 그 일을 실제로 시도한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심지어 어떻게 끝장날지 말한다. 그 목소리는 당신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주고 당신을 방해하기 위해 존재한다. 


P29 / 원숭이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 의견을 낸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이 작은 목소리는 어떤 결정을 할 때, 혹은 크든 작은 중요한 일이 임박했을 때, 그것들을 두려워해야 할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있다. 원숭이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할 이유와 행동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구해야 하는 이유를 무수하게 댈 수 있으며, 심지어 당신이 일로 만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면 그가 무엇이라고 대답할지도 미리 귀띔해 준다.


P46 / 원숭이는 당신이 일을 미뤄도 되는 이유를 항상 하나 더 찾아줄 것이다. 조사를 좀 더 제대로 해야 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봐. 새 의자를 사야 돼. 약간 출출하니까 도넛부터 먹으러 가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끝도 없이 이유를 댄다. 원숭이는 괜찮다. 녀석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니까. 하지만 당신은 아니다.



꿀벌

P129  /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라. 행동을 개시해라. 당장.


P130 / 나는 펜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는다. 비율이 맞는지, 묘사 대상이 흥미를 끄는지, 엉덩이에 쥐가 나는지, 잉크가 종이에 잘 스며들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키보드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엇이 됐든 손가락 끝에서 첫 단어가 스며 나온다. 곧이어 단어들이 흘러넘치기 시작하고 문단들이 모니터에 뭉텅뭉텅 나타난다. 나는 그것들을 다시 읽어보지 않으며, 편집도, 오타 수정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손가락들이 플라스틱 키보드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소리에만 귀 기울인다. 내 손가락들은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데, 점점 더 커지는 열 손가락의 합창에 원숭이의 목소리가 묻혀 버린다.

한번 시도해 봐라. 윙윙거리는 꿀벌이 되어 동이 트자마자 쏜살같이 벌집에서 나와 계속 날아다녀라. 하던 일을 중단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 이런 노력의 목표가 있는지, 다른 벌들이 일을 잘해서 더 많은 꽃가루를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가는지 고민하지 마라. 태양을 등에 업고 시선을 목표물에 고정한 채. 날개로 봄의 공기를 휘저으며 초원을 가로질러 계속 날아다녀라. 만일 원숭이가 목소리를 높이면, 더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이면서 단어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며 쉼 없이 펜을 움직여라. 도넛을 만들 시간이다. 꿀, 꿀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자꾸 궁금해진다면, 계속 확인하고 싶다면 스 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어라. '물론이야. 정말 대단해' 세부적인 판단은 나중으로 미뤄라. 당신이 생각한 아이디어 중 몇 가지가 형편없다고? 상관없다. 변변치 않은 것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일단 적어놓고 다음 꽃으로 이동해라.

펜이든 마우스든 무엇이든 붙잡고 움직여라. 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만들어라. 좋든 나쁘든 그럭저럭 이든 상관없다. 꽃가루를 모아 가져와라. 어느 다이아몬드가 가장 큰지에 대한 걱정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라. 벌처럼 부지런히 일하면, 그 목소리는 포기하고 침묵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것은 약 자를 괴롭히고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녀석은 지루함을 느끼고 더 이상 당신의 신경을 거스르지 못한다.



사자

P160 / 당신 마음속에는 실은 원숭이 말고 또 다른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당신 자신이 있고, 원숭이가 있고, 아이디어를 끝까지 찾아다니는 누군가가 있다. 난데없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잠에서 깨보니 해결책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해결책은 그냥 마술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그것은 또 다른 존재의 목소리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부정적이고 파괴적 행위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목소리며 당신에게 앞에 놓인 길을 알려주는 목소리다. 그것은 타고난 예술가인 당신 마음속의 창의력이다. 그것은 영감, 곧 창조자다. 그것의 목소리는 깊이 있고 당당하며 부드럽다.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좋다. 사자라고 부르기로 하자.


P163 / 당신은 사자에게 먹이를 줘야 한다. 영감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사자는 여위고 곧 약해진다. 즉, 사자라면 신선한 물과 탁 트인 초원이 필요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사자에게 꾸준히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고, 다양한 강연을 듣고, 예술가들을 만나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취미 생활을 시작하고, 모험을 하고, 산책을 하고, 휴식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원숭이의 생각을 모두 피해야 한다. 사자는 산더미 같은 아이디어와 심오한 영감의 원천을 헤매야 한다. 연관성, 가망 없는 것들, 막다른 길, 인용문, 참고서적, 웃음, 눈물, 땀 같은 것들이다. 사자는 먹이를 찾아 경계를 넘나들며 돌아다닐 것이다. 당신은 사자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 반고흐에 대한 이야기 발췌

P140 / 반 고흐는 이 책 한 권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 당신 안의 어떤 목소리가 당신에게 '넌 그림을 그릴 수 없어'라고 말한다면, 그저 그림을 그려라. 그러면 그 목소리는 잠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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