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잡다한
1. 마실 것들
부제 : 징글징글한 컵설거지
설거지하는 걸 싫어하는데,
가만 보니 가장 많이 나오는 설거지 거리는 바로 컵 설거지다
하루에 뭐가 이리 많은 양이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입에 뭐라도 물고 있어야 집중 비슷한 거라도 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겨울이라 춥고 습한 게 힘들어서 따뜻하고 싶은 반사작용인지 원.
종류도 다양해서 하루는 뭘 얼마나 먹는지, 아니 컵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봤다.
물컵 1 - 생수
차컵 1 - 구수한 종류 : 작두콩차
차컵 2 - 단 종류: 유자차
차컵 3 - 매운 종류: 생강차
차컵 4 - 고소하고 쓴 종류 : 아메리카노
차컵 5 - 쓰고 부드러운 종류 : 라떼
(참고로 여러 개를 다 늘어놓고 조금씩 번갈아 먹는 걸 좋아함. 대환장)
그리고 마시기만 하느냐.
마실 것이 있으면 그것에 어울리는 간식(? - 차와 함께 하는 간식을 이르는 용어가 적절한 것이 뭐가 있을까, 다식? 티푸드? 디저트? 커피안주?)
도 자연스레 찾게 된다.
크래커, 초콜릿, 비스킷, 바나나 - 주로 단 것.
그래도 이 것들은 집중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니 일단 수용.
2. 노 와이파이존
티 나지 않지만 은근한 복병은 와이파이.
그래서 되도록이면 뭘 끄적이거나, 그리거나, 학습지를 할 때는 일부러 와이파이를 꺼놓고 지낸다.
와이파이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정신 차려보면 알고리즘의 끝까지 끌려가 생전 보지도 않던 영상이나 검색까지 하게 된다는 사실.
분명 시작은 양인모의 우아한 유령 검색으로 들으면서 그려야지로 시작했는데..
왜 드라마 영상을 보고 있는 거죠?
왜 먹방을 보고 있는 거죠?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조건 와이파이를 끄고.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자리에 앉아 정신줄을 붙잡아야 한다.
3. 춥고 습한 날씨의 역습
그리고 가장 큰 날씨.
아무리 실내에 있다고 해도, 햇볕이 없는 날씨의 춥고 습한 공기는. 몸을 바닥으로 잡아 끌어매는 듯하다.
이건 아무리 실내는 따뜻하게 하고 습도를 높이고 조명을 켜고 어떻게 해도. 극복할 수가 없다.
운동을 해도, 몸을 웜업해도 그때뿐이고, 유지가 안된다는 것이 문제.
(설마 몸의 모자란 근육량 때문인가...)
정말 안 맞는다 싶으면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로 도망가는 수밖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방법 중 하나.
4. 일어나자마자 새벽에
역시 가장 좋은 시간은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 한 시간이다.
뇌가 말랑한 건지. 정신이 나간 상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소위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글들과 그림들을 난 좋아한다.
따로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이 시간만은 사수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 시간을 끝을 깨는 요소는 의외로 배고픔이다.
아침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먹고 나면. 다시는 이 뇌가 빠진 것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5. 그리고 주위의 말들
부제 : 명절에 어른들 만나고 와서 스크래치 난 거 맞음.
내 생활에 집중에서 살아가느라고 외부에 대한 방어기제를 세우는 것을 잠깐 잊고 해맑게 있었더니,
바로 또 주위의 말과 시선으로 한바탕 훑어지고 말았다.
뭐, 괜찮다. 고 생각했지만 며칠 집에 와 생활해 보니 영 기분이 찝찝한 것이
결론적으로는 스크래치가 난 게 맞다.
내 생활방식, 생각의 방향 등에 대해 부모를 설득하는 것조차 내게는 매우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남들이 아는 학교, 회사, 때 되면 따박따박 스텝을 밟는 입학, 졸업, 취업, 결혼 등등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겉모습을 가지길 바랬던 부모.
쯧쯧 혀를 차는 (내 삶에 어느 도움도 되지 않고 영향력도 없는) 주위 어른들의 말들을 인용하며 남들 부끄러워 다닐 수 없다는 수동공격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 귀로 흘릴 내공을 가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걱정을 핑계로 약점을 잡았다는 듯 얕잡아 보는 주위 시선들까지 더해진 이번 명절 덕분에,
영 머릿속이 시끄럽고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을 보니
아직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한가 보다 싶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누군가의 혹은 나 사진의 무조건적 응원과 지지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