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제원 Jan 31. 2024

#5 -시간을 돈을 주고 샀을 뿐

끄적거림은 무엇에 쓰임이 있을까.

가장 하고 싶은 건 그저 끄적거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핑계를 대자면 시간이 없었고,  체력이 없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항상 나에게 설득당했다.

이건 돈을 버는 일이 아니잖니. 돈을 버는 일에 시간과 체력을 쓰렴.

아니 쓰지 않더라고 비축이라도 해두렴.

그렇게 항상 졌다.


그리고. 아주 극단적 이게도. 난 그 끄적거림을 하려고 퇴사를 해버렸다.

그저 내 시간을 돈을 주고 샀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아침저녁으로 그냥 주절거리는 것들을 쓴다.

돈이 안되고, 쓸모가 없을지라도.

전혀 나에게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해내지 못하더라도 그냥 쓴다.


그렇게 쓰다 보면 적어도 뭘 불편해하는지는 알게 된다.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던 것 인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된다.


아마도 가진 기술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었을 뿐이었을 텐데.

(업을 대함에 있어) 지나치게 저 자세였던 것 같기도.


그건 사실 별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제일 큰 문제는 결론적으로 그 과정에서 나를 돌보는 일을 포기했다는 거다.


내가 상대를 존중하는 이유는 상대가 나도 존중해 주기를 원해서였는데

존중과 배려를 보이면 돌아오는 것은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

아래로 보고 무례하게 굴어도 되는 상대가 될 뿐이었다.


상대가 무례하게 굴면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해야 했겠지만.

오히려 역으로 나도 나를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점점 여기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당연하게도 내가 나를 존중해 주는 법을 점점 잊고 스스로에게 인색해졌다.

이건 타인이 나를 더 존중하지 않는 빌미로 작용하기도 했고,

점점 악순환이 되어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갔다.


이유를 명확하게 캐치해내진 못했지만 막연한 느낌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그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내야만 했다.

그게 돈을 벌지 못하는 방법이 될지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4 - 일 년 생활비에 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