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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제원 Feb 03. 2024

#7 - 산책이야기라고 쓰고 마트 가는 이야기

산책의 유용함은 무엇일까.


생각이 꼬이거나, 뭔가 효율이 좋지 않거나  막히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는 산책이 제일이다.

단지 목적지향적 인간이라 아직도 산책만으로 나가는 것은 어색하기 때문에 꼭 목적지를 만들어 한두 시간을 걷는다.(마트나, 도서관이나, 카페나 - 특히나 입에 달달구리를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신나서 나간다) 날씨가 나빠서 나가는 것이 곤란할 때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 행동은 샤워나 족욕이다.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시스템인가 싶기도 하다.

여튼 이 세 가지는 뭔가 환기되는 생각을 하기에 좋다.



산책에 관한 전 글에 이어 붙이는 글.  





어떤 길이 산책길로 좋은 길인가?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길이 험하지 않아야 한다.

환경이 아름다우면 더 좋다.

그리고 되도록 이면 차를 만나지 않는 길이면 가장 좋다.

도로를 걷는 것은 사실 꽤 유쾌하지 못하니까.


산책만을 위해서 나가는 건 아직까지도 마음에 꽤 저항감이 일기 때문에 목적을 뒤에 붙여서 나가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요즘 제일 마음에 드는 길은 마트 가는 길이다.

집 근처에 마트가 분명 여러 개 있건만 가장 많이 가는 마트는 걸어서 30분~1시간 거리에 있는 마트다.

산책을 하러 가는 길이라는 명분으로도 시간이 딱 알맞다.


우선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어 굳이 시간을 내어 공원을 찾아가지 않아도 나무들 사이를 걸을 수 있다.  

산책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그 길 끝에 마트가 있으니 진,출의 몇 분과 중간 두세 번의 도로와 크로스 되는 부분의 횡단보도를 제외하면 차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다.


물론 산책을 빙자하지 않고 목적형으로 기존 루트는 지도가 알려주는 최단 거리의 길이었다.

마트 가는 데에 쓰이는 저 길을 걷는 시간은 굉장히 아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배달을 시켰고,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가는 건 더 싫었고, 

꼭 가야만 한다고 할 때까지 미루고 미뤄서 끝까지 기간이 차야만 갔던 목적지였다.

그 이유는 대로를 따라 쭉 걸어야 한다는 것. 길도 몇 번은 건너야 한다는 것.

온갖 소리와 온갖 매연과 사람들의 신경질적 걸음걸이까지.

아무리 귀를 틀어막고 멍하니 걷는다고 해도 입력되는 정보들이 꽤 유쾌하지 못했다.


그런데 길의 컨디션이 바뀌었다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옅어지고, 걷는 행위가 약간은 즐거워진다.

경험상 걷는 반복행동이 생각을 정리해 주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택한 것인데,

식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기분이 어느새 꽤 바삭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건 산책의 가장 큰 부산물이다.


마트가 멀기 때문에 어차피 많은 것은 사 올 수도 없다.

그래서 두어개 정도의 품목을 사 와서 그날 혹은 그 주에 요리해 먹는다. 

의도치 않게 신선한 재료를 섭취할 수 있게 된다. 

가짓수가 적다고 해서 별로 모자랄 것은 없다. 

시간은 내게 넉넉하게 주어져 있고 날씨가 궂어 나가고 싶지 않은 변수를 제외한다면 한 다음날 아니면 그다음 날 다른 필요한 품목을 사러 가면 그만이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으냐고?

현대인들은 일부러 운동을 하려고 일부러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자본을 들인다.

그건 갓생이고 내가 식량을 채집하기 위해 걸으며 시간을 들이는 것은 낭비인가?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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