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é 그리고 coffee
에스프레소, 뽀르 파보르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테.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사실 해외에는 없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뜨거운 물 또는 얼음과 차가운 물을 섞은 커피이고, 라테는 물 대신 얼음을 넣은 것이어서 만들기도 간단한 메뉴이지만 메뉴판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메뉴를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카페 아메리카노의 정확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마에서 주둔했던 미군 장병들이 쓴 맛이 강했던 에스프레소를 드립커피 수준으로 연하게 물을 타서 마셨는데, 우유를 타서 마시거나 급한 대로 물이라도 타서 마셨다고 한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물을 탄 아메리카노를 경멸하는 수준으로 이해 못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브루잉 커피 또는 카페라테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시게 된 이유는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대중화되었다.
커피를 몇 잔을 마시고도 떨리거나 잠이 안 온다거나 하지 않는 나는 분명 카페인 소화력이 뛰어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다른 카페에서 라테를 마시고도 책자에 나와 있는 유명한 커피집 카페 지눙디노 Cafe Girondino를 찾아갔다. 성 벤투 성당 앞에 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다큐 방송에도 나왔었고, 책자에도 유명한 곳이라고도 했다. 입구에는 잘 생기고 건장한 남자들이 보디가드처럼 서 있고, 가게 안은 테이블이 가득했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메뉴판을 천천히 읽어본다. 음... 아메리카노는 없네. 에스프레소, 뽀르 파보르 Espresso, Por favor. 참기름 맛이 나는 깊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에스프레소는 마셔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아메리카노처럼 배가 부르지 않으면서 커피 향이 후각을 통해 오래 남는 이 느낌은 뭐지. 슬슬 에스프레소 맛이 적응되고 있었다.
다음 날, 시간이 남아 카페 거리를 찾아갔다. Oscar Freire. 동네부터가 다르다. 예쁜 카페들과 명품 매장이 쭉 늘어서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이 연상되는 곳이었는데, 이곳의 카페는 아무 데나 들어 가도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했다.
그중에 눈에 띈 곳 Santo grao. http://www.santograo.com.br/ 알고 보니 유명한 곳이었네. 어쩐지 다르더라. 빈 속에 에스프레소를 들이붓고 원두를 조금 사고 싶어서 물어봤더니 작은 사이즈가 250g이었나. 너무 크고 무겁다. 여행 중에 다 마실 수도 없고. 카페에서 나와서 근처 공원에 갔다. 불나방스타소시지클럽의 석봉이와 미소녀 대리운전을 들으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회사 동료에게 받은 이 음악은 폰에 옮기기만 하고 처음 들었다.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음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