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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ug 17. 2024

협의이혼 하루 전

[연재] 118. 이혼 94일 차

118. 이혼 94일 차        


  

협의이혼 하루 전  

  

2014년 6월 2일 월요일 흐리고 오후에 비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 줘.”

  출근하는 길에 여자가 말했다. 시간은 새벽 5시였다. 일찍 잠들었던 그가 새벽에 깨었고, 그 길로 출근하려는 것이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내일이면 이혼하게 되므로 부부한정특약 자동차 보험부터 재산분할에 대해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무사와 상담해야 하는 등. 빌딩으로 돌아온 그가 세무사에게 메일을 보냈다.   

 

  “신방수 세무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세무에 도움을 주시고 계심을 늘 감사드립니다. 조언을 구할 일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제가 아내와 협의이혼 중에 있습니다. 내일 3일이 결정기일입니다. 협의이혼 조건은 재산분할로 현금 7억 원을 주는 조건입니다. 물론 협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7억 원이 당장은 없다는 것이지요. 빌딩을 팔거나 대여금이 회수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질문합니다. 이혼 후에 약속된 7억 원을 주어도 문제없는지요. 아니면 이혼 전에 줘야 하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또, 신축 중인 건물(올해 8월 준공)의 조성원가(토지 및 건축비)가 16억 인 건물을 재산분할 7억 원으로 맞바꾼다면 어떤 문제가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매매가는 22억 정도 생각하는 건물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조성원가 16억 원(대출금 12억 포함)인 건물을 아내에게 줄 때 재산분할 형식인데 준공이, 이혼 후이므로 법상 남인데, 그때 재산분할 협의서에 기준 해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면 세법상 문제가 없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롯데 손해 보험사에 전화했다.     


  “내가 부부한정특약 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아내와 이혼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내가 타인이 되기에 어떤 보험으로 변경해야 하는지요?”

  “네. 고객님. 1인 지정을 하시면 오늘 자정부터 보험 적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더 내실 금액과 가상계좌를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볼보는 연말까지 여자가 운전하며 딸을 데리고 다녀야 하기에 소유권 이전해 주고, 다시 돌려받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보험 가입 조건을 변경해 주기로 했다. 롯데손해보험은 가상계좌번호와 함께 ‘51,000원을 납입하라’라는 안내 문자를 보내왔다.     



  “고객님. 볼보 S-60 배터리 주문하셨죠? 주문하신 배터리는 호환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으로 주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가 타고 다니는 볼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되어 교환을 위해 옥션에 주문했었다. 정품 배터리는 터무니없이 비싸므로 호환되는 제품으로 주문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 주문했는데 크기가 다르다고 했다.      


  “업자들이 맞지 않아도 브래킷을 만들어 장착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DN57539로 다시 주문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어 기존 주문은 취소하고 추천한 제품으로 주문했다. 가로, 세로 크기는 그가 자로 잰 것과 비슷했다.      



  다음은 게스트하우스에 사용할 2층 침대를 주문했다. 길이는 2m로 같으나 폭을 80cm와 90cm 두 종류로 주문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공장 담당자가 “94cm가 기존에 있는 사이즈입니다. 문제없다면 그것으로 하시지요.”라고 권했다. 이에, “그렇게 3개를 주문합니다. 더 좁은 것은 나중에 생각해 보고 주문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결정하자, “개당 53만 원입니다. 매트리스 포함이고요. 세금계산서는 끊으실 것이지요? 그럼 그 금액까지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뱅킹으로 1,749,000원을 송금하고 사업자등록증도 침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전송했다. 그러는 사이 세무사 사무실 실장이 전화했다.    

  

  “사장님,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세요. 제가 빠뜨렸네요. 오늘까지 세금을 납부하면 되는데 돈이 좀 많아요. 어떡하죠?”

  “돈은 있으니 내면 되지. 어떻게 하면 돼?”

  “국세청 홈택스 들어가서요~”     


  그렇게 하여 홈텍스에 접속해 상가 임대료 및 고시원 수익을 안카메라로 캡처해 메일로 보냈더니 얼마 후, 세금 납부서를 메일로 보내왔다. 주민세까지 260여만 원이었다. 국민은행으로 가서 납부하고 영수증은 ‘개인 세무 자료’ 철에 정리했다.      



  채무자 박 사장이 햄버거를 사 올 때도 이때였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장황한 설명 끝에 “사장님, 거두절미하고요. 저를 믿는다 생각하시고 한, 2, 3천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말했다.      

  “난 돈 빌려주고 이자 한 푼도 못 받았어. 그런데 또 돈을 빌려달라는 말인가? 이건 아니지. 이번 사건의 열쇠는 매도자인 아주머니가 쥐고 있으니 돌아가서 잘 생각해 봐.”     



  그렇게 박 사장을 돌려보내자, 이번에는 부동산 경매를 함께 수학한 ‘레인’이 찾아왔다.      


  “하나 낙찰받았는데 잘못 받았어. 꼬였어.”     


  레인은 은평구의 협동주택 1층 1/7 지분을 1,500여만 원에 낙찰받았다. 할아버지 가압류를 경매계장이 헤매며 말소를 못하고 있기에 잔금을 납부하고도 소유권등기가 경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낙찰) 금액이 너무 적다. 이런 것은 고생만 해.”라고 말했다. 레인이 “그러게요. 후회되네요.”라고 맞장구쳤다. 

     

  “그래도 어떻게, 인도명령은 받았네?”

  “채무자가 살고 있어서요.”

  “강제집행은 안될 거야.”

  “그렇지 않아도 채무자 부인이 자기에게 팔라고 그래요. 그래서 넘겨주고 싶은데 돈은 없다고 하고.”

  “내 책을 안 읽어 봤구먼. 자기가 산다고 말한 놈 중에 산 놈은 한 명도 없었어. 그러니 미련 버리고 가던 길 가시게.”

  “그렇죠?”  

   

  이제 앞으로 할 일은 공유물분할청구의 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레인의 메일로 조카에게 써 준 소장을 보내주려고 하니 “내용증명도 주세요.”라고 한술 더 떴다. 그래서 필요한 서류를 이것저것 챙겨 첨부했다. 그러는 사이 보톡스를 맞아 얼굴 근육이 울룩불룩한 77 부동산 실장이 작은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올라왔다.      

  “어 손님이 있네? 사모님?”

  “아니요. 저도 방문객.”     


  레인이 대답하며, 건네받은 수박을 칼로 쪼개기 시작했다. 77 부동산 실장이 “안양 것 팔렸어요? 브리핑 좀 하려고요.”라고 방문 목적을 말했다. 그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혼을 실은 구라 초식을 펼쳤다.    

  

  “출근만 하면 매일 40만 원이 들어와. 방이 서른 개잖아. 얼마나 좋아. 이만한 물건 없어. 이제는 수익성 있는 건물이 대세여.”     


  그는 도면과 현장 사진까지 보여주며 세일즈 포인트를 설명했고, 옥상 미니 풀장이야기에서는 실장이 그만 자제심을 잃고 “역시 앞서가셔!”라고 말하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옥상에 미니풀장이 있으면 손자, 손녀들이 알아서 놀러 와. 얼마나 좋아. 안 그래? 그래서 만들었어. 게다가 주인 세대는 엘리베이터 버튼이 없어. 카드로 해. 입주민은 못 올라와.”

  “좋네. 역시 최고야. 내가 한번 해 볼게요. 여기 ㅅㅎ교회도 평당 4천에 팔렸어. 그리고 김가네도 나왔고.”     


  77 부동산 실장으로부터 주변 토지 매매 이야기도 들었다. ㅅㅎ교회는 성당과 붙은 토지로 상당히 입지가 좋은데 4천만 원이면 매우 싸게 구매했다고 보였다. 그리고 또 신선한 소식을 전했는데, 중학교 동창 ㅅㅎ이의 소식이었다.     


  “지금 학교(교도소)에 가 있어. 아내와는 이혼했고. (사기) 피해액이 1억 2천이라는데 그걸 (아내가) 합의를 안 해주고 이혼했다네?”     


  77 부동산 실장의 말에 그가 대답했다.     


  “1억 2천만 원 때문에 이혼했겠어요? 그 돈조차 막어주는 게 아까워서 이혼했겠지. 안 그래요?”

  “호호, 사장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러는 사이 침대회사에서 세금계산서가 도착했고 신방수 세무사의 답변 메일도 도착했다.      



사장님께

일단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드려보겠습니다. 참고용으로 사용해 주십시오.

1. 이혼 후에 7억 원을 지급한 경우

일단 협의서에 재산분할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면 이혼 전후에 지급되는 현금에 대해서는 경우 증여세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양도소득세는 미 해당).

2.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추후 등기해야 하는바, 이때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만약 건물 이전의 성격이 위자료에 해당한다면 --이를 양도로 보아 양도소득세 부과(사장님)

(2) 만약 건물 이전의 성격이 재산분할에 해당한다면---양도 또는 증여에 미해당.

위의 내용을 보건대, 건물 이전의 사유가 재산분할에 해당해야 문제가 없는데, 이는 국세청의 사실 판단 문제이므로 부부 공동노력으로 취득하였음을 인정받지 못하면 양도소득세 과세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아래는 위 2. (2)에 관련되는 예규입니다.

감사합니다.

신방수 세무사 드림”     


  그러면서 메일 말미에 예규에 관한 자료를 첨부했다. 결론은 현금으로 이혼 후에 지급해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그대로 여자에게 ‘전달’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내일 가정법원에 입고 갈 옷을 챙겨 트렁크에 싣고 집으로 갔다.     



  “현금을 준다고 해도 못 준다면 어떻게 하겠다고 뭔가를 써줘야 하지 않겠어?”

  여자는 확답을 원했다. 그가 “당연히 써 준다!”라고 말하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라고 말했다.     

 

  비가 올 듯 하늘이 흐렸다.      


  “참치 먹으러 갈까?”

  여자의 말에 [ㅇㅇ참치] 횟집으로 들어갔다. 시속 300km 속도로 달릴 수 있는 하야부사 모터사이클을 타는 주인장은 바쁘게 사시미 칼을 움직였다. 하지만 참치회는 ‘특 스페셜’을 주문했음에도 예전보다 못했다. 딸이 먹을 도시락까지 포장해 계산하려고 보니 빌지에 ‘스페셜’로 기록되어 있었다. ‘참치 질이 떨어진 것이, 스페셜로 주문받았구나’라고 생각하며 계산하려니, ‘마끼를 말아달라’는 요구에도 손님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주인장이 일어서며 “잘못 적었네. 특 스페셜이야.”라고 정정했다. 그가 “특이었어? 그런데 참치가 그 모양이야.”라고 일격을 가했는데, 여자와 마지막 식사에 더해, [ㅇㅇ참치]도 마지막을 찍었다. 그러함에도 학원에서 돌아온 딸은 행복해하며 참치회 도시락을 먹었고, 그도 맥주 한 잔을 더 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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