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낯설게 다가오면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나날이다.
불을 끄고 온전히 집 안을 비추는 작은 빛들을 온전히 바라보던 날들이 작았던 것 같다. 아마도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본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리라.
아직 삼칠일이 지나지 않은 아기를 옆에 눕히고 작은 스탠드와 티브이를 꺼보았다. 아기가 언제 깰지 몰라 항상 작은 등은 켜두는데 오늘은 왠지 다 끄고 싶었다. 어둠 속에 몸을 바로 눕히고 천장을 바라보있다. 천장에 매달린 히터의 초록색 불빛, 부엌 건너 다용도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조기의 불빛 그리고 거슬리지 않는 소음.
그 낯선 어둠과 익숙한 소리.
잠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데 갑자기 이십 대 여행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낯선 게스트하우스의 싸구려 침대에 몸을 눕히고 타의에 의한 강제 점등으로 잠시 어둠 속에서 어색함을 뽐내던 나. 어린 여행자의 설렘의 숨소리는 어둠까지도 뚫고 나왔으리라. 그 설레던 시절의 내가 잠시 떠올랐다.
신생아는 밤이고 낮이고 두 시간에 한 번씩 일어니 배가 고프다며 얼굴이 시꺼메질 때까지 울어댄다. 그전에 눈을 좀 붙여야 한다. 그러나 갑자기 마주한 이십 대의 호기로웠던 어떤 여행자의 모습이 떠올라 글을 끄적이게 되었다.
이상하게 피곤하면 더욱더 글에 집착하게 된다.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할 땐 게을러지는 글쓰기가 쪽잠이 아쉬운 지금, 더 절실하게 써내려 가진다.
아… 이 청개구리 같은 인간아.
어서 아기가 일어나기 전에 눈을 붙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