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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우산구경

비가 오면 서울 서울 서울

by 서 온 결

결혼하고 김포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낯선 김포라 그런지 무언가 그리운 날에는 꾸역꾸역 서울로 다시 기어가 매연 냄새, 사람 소리에 흠뻑 젖어 충전을 하고 돌아왔다. 어제도 그랬다. 지난주 가족여행(시댁과 함께한)을 마치고 세 아이와 주말을 보낸 뒤에 맞이한 월요일. 그 월요일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고 싶었다. 남편은 집에서 푹 쉬라 이야기했지만 나에게 쉼은 그런 게 아니다. 육체적으로 쉬어야 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혼자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혹은 서점이든 그 공간에 놔두어야 내가 충전이 되는 그런 게 있다. 남편 말대로 그냥 침대에 누워서 좀 쉰다고 충전이 되는 그런 종류의 에너지 고갈이 아니란 말이다. 나의 에너지 충전기는 좀 다른 거 같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우산 하나를 들고 서울로 갔다.


서울은 나에게 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난 명동에서 칼국수 하나 먹고 도넛 하나 사러 종로로 걸을 뿐인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거처럼 웃음이 나왔다. 핸드폰에 충전기를 꽂자마자 전기 표시가 찡~ 나오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충전이 되면서 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어제는 비가 와서 더 좋았다. 김포에서부터 수고스럽게 우산 하나를 챙겨 나가긴 했지만 서울 사람들의 우산을 구경하는 맛이 또 다르다. 어찌나 멋스러운 우산들을 뽐내며 다니는지 저 우산을 쓰고 싶어서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 서울의 직장인들이 그들의 개성을 뽐내는 몇 안 되는 아이템 중 하나인듯하다. 암튼 그들의 멋짐을 우산으로 표현해서 비 오는 날이면 참으로 눈이 즐겁다. 명동에서부터 같이 걸어온 한 녀석(이젠 내가 나이가 많아서;)의 우산이 눈에 띄었다. 저놈도 참 개성 있는 우산을 샀구나. 누나의 우산이 아니라면 진짜 멋쟁이군! 말없이 그의 우산을 따라 종로 쪽으로 한참을 지루할 틈 없이 걸었다.


도넛 가게에 앉아 푸짐하게 골라놓은 도넛을 보는데 아까 그 녀석의 우산이 내 옆 우산통에 꽂혀있지 않는가!! 이 녀석도 이 도넛을 먹으러 왔구나!! 반가운 마음에 우산 끄트머리를 사진 찍어왔다. 이런 것도 도촬이라 해야 하나? 몰래 찍어온 사진 하나를 브런치에 공유해 본다. 우산 주인이 있다면 이런 우산 어디서 사는지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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