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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dos Paul Dec 30. 2024

착하고 충성된 종아

교회에서 일렉 기타로 예배를 섬기고 있다.


어쿠스틱이라면 자신 있지만 일렉은 부끄러울 정도로 실력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예배 음악에서 가장 어렵고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악기가 세컨이라고 불리는 신디사이저와 일렉 기타이다. (내가 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선 일렉은 어쿠스틱, 메인 피아노, 베이스와 같은 메인 악기들과 달리 코드를 짚는 게 우선인 악기가 아니다.


흔히 '양념을 친다'라고 말하는데, 다른 메인 악기들이 코드를 짚어줄 때 그 위에 다른 음들을 추가로 짚어주어서 전체적으로 음악을 풍성하고 화려하게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일렉 기타는 다른 악기에 비해 연습량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은 편이다.


단순히 악보를 보고 코드를 짚는 방식이 아니라 곡의 특정 부분에 어울리는 음을 연주해야 하고, 이펙터를 이리저리 만지며 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어색한 음을 짚거나 이펙터를 통해 톤을 잘 만들지 못한다면 들었을 때 가장 티가 많이 나는 악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티가 많이 난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겠지만, 내 신경은 예배를 드리러 나아오는 성도님들께 내 연주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크게 쏠리곤 한다.


성도님들이 예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예배팀이고, 예배를 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나는 내 역할을 훌륭히 소화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단 악기를 다룬 경력이 짧기에 경험이 없고 미숙하다.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고, 처음부터 잘하길 바란다면 과한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두려움은 내 음악적인 미숙함이나 실수가 아니라 그로부터 따라오는 결과에서 온다.


혹여나 내가 이상한 음을 짚어서, 잘못된 소리를 만들어 내서 성도님들이 예배를 집중하도록 돕지 못한다면, 돕기는커녕 방해할 뿐이라면, 내가 이 자리에 설 이유가 전혀 없다.


예배는 좋은 마음으로만 섬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예배에서 설교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이 바로 예배이고, 그만큼 예배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때문에 나에게 섬김의 자리는 매 주일마다 온갖 부담, 불안, 긴장과 두려움을 안고 나아가는 자리였다.


이런 감정에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진지한 성격도 한몫한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은 기회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내가 잊고 있던 메시지를 알려 주셨다.


예배는 독일어로 Gottesdienst라는 단어로, '하나님이 일하신다', '하나님이 섬기신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배를 섬겼던 지난 몇 달을 돌아보면, 예배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심을 구하기보다는 내 힘으로 악기를 연습하여 좋은 연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깊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서 멋진 연주를 해내도 하나님이 받으시지 않는다면 헛된 수고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아무리 부족한 연주를 하여도 하나님께서 받으시겠다고 하신다면 받으시는 것이다.


구약 시절, 그 강대하던 이방 민족과 국가들마저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계획을 이루시는 데 사용하셨다.


그런 하나님이신데, 하물며 나의 부족한 연주를 사용하지 않으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하나님이 누구를 위해 일하시는가?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는, 죽어 마땅한 죄인인 나를 위해 일하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이제는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그분께 모든 일을 의뢰함으로 섬김의 자리에 나아가길 원한다.


주님 앞에서 나는 더럽고 추한 죄인에 불과하지만, 부족하고 미련한 일꾼이지만, 나를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불러주시는 예수님을 찬양하며 또 하루의 주일 예배를 섬기러 나아가길 원한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마 25:21)"

나의 맘 받으소서
오셔서 주님의 처소 삼으소서
나의 전부이신
주여 내 맘을 받아 주소서

오 나의 맘을 주님께 열었으니
주여 내게 오셔서 내 맘에 거하여 주옵소서
주가 기뻐하는 주의 성전 되게 하소서

나의 맘 받으소서
오셔서 주님의 처소 삼으소서
나의 전부이신
주여 내 맘을 받아 주소서

「나의 맘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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