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의 대부분의 산들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암릉도 있고 바다도 조망할 수 있어 산행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들이 많아요. 100대 명산인 팔영산, 명산 100+인 천등산, 섬 앤 산인 봉래산, 적대봉 등입니다. 공통점은 바다조망, 봉수대, 암릉이 멋있지요. 그 외 마복산, 우미산, 운암산, 두방산이 있는데이 산들 또한 멋진 곳이랍니다.
그중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이 두방산입니다.
고흥 IC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곳이고 고흥 중심도로 우주항공로 바로 옆에 있습니다.
작고 깨끗한 화장실, 정자, 벤치 그리고 수도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늘이 진달래철 일요일인데 주차장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노란색 관광버스 1대와 승용차 몇 대만 있었습니다.
저는 서해랑길에서 생긴 물집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도 발바닥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먼 거리인 두방산 병풍산 비조암 첨산 연게산행을 못합니다.
두방산 병풍산 비조암만 가기로 했습니다.
산행코스는 용흥사-병풍산-비조암으로 갔다가 다시 병풍산 그리고 두방산을 거쳐 하산합니다.
용흥사에서 병풍산까지 1.4km는 경사도는 있고 특별한 경치는 없습니다.
다만 2주 전과는 달리 진달래도 피어있었고 초록초록한 신록들이 있어 생기가 가득합니다.
오르막길 시작입니다. 걸음이 느린 제가 사진조차 찍으니 남편은 눈에 보이지 않게 멀어져 갑니다.
'하나, 둘, ~~~~~삼백.'
저는 경사길에서는 그냥 오르면 쉬고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어낸 것이 목표치를 두고 걷는 것입니다. 처음 목표는 삼백 보입니다.
목표치까지 숨을 헐떡이며 올라갑니다.
'헉~허허~~~ 억~~ 헉헉헉'
그제야 흐르는 땀방울들
그러다
심장과 호흡이 진정됩니다.
그리고 출발
경사가 심하면 목표치는 100걸음
아니면 300걸음
그러나 경사 없는 길을 만나면 세지 않습니다.
그렇게 올라가면
남편은 경치 좋은 바위를 잡아두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쪽 바위는 비조암입니다. 새가 나는 모습의 바위라 비조암이라고 합니다.
남편의 소풍 밥상이 펼쳐집니다.
보온병에서 꺼낸 맛있는 커피 한잔
바나나 한 개
경치 멍한 좋은 자리
혼자 먼저 올라가도
이때쯤은 미워할 수는 없는 사람!
오늘의 추억머니는?
병풍산정상에도 분홍빛 진달래는 꽃재궐을 이룹니다. 아까 노란 버스를 타고 오신 분들은 한 분씩 만납니다. 순천에서 오셨다네요.
비조암을 다녀오시나 봅니다.
"비조암에서 조망 좋아요?"
"여자만을 볼 수 있다 하던데 아무것도 못 보았어요. 여자만이 없어요. 조망도 하나 없어요"
"그런가요? 비조암 오르기 어렵지는 않나요?"
"네, 산 두쪽으로 길이 나 있어 바위를 타고 오르지는 않습니다."
비조암으로 갑니다. 병풍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스릴 만점의 바위 따기입니다. 그 후로 멀지도 않고 평탄한 길을 걷습니다.
비조암을 마주합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제에게 새의 형상이 보입니다. 그래 저래서 날아가는 새의 형상이구나.
여보, 새 형상이 보여요? 저기는 머리 두장의 날개
남편은 안 보인다 합니다.
저는 날갯짓하는 새로 보이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내려올 때 사진을 찍고 계시는 남자분이 계셔서 새가 보이냐 여쭈어 보는데 모르겠답니다.
비조암 위에 앉으니 위쪽은 그냥 평범한 너른 바위일 뿐입니다.
저 산너머 뿌연 곳이 여자만인데요. 진짜 여자만이 실종되었네요. 머리 위로 햇볕이 비치는데 바다는 흐릿합니다.
이 좋은 봄, 이 멋진 산봉우리에서
해무도 아닌 미세먼지 때문에 바다를 못 보다니
두방산으로 가는 길
진달래들이 환한 웃음을 띠고 있습니다.
오르락내리락
푹신푹신 흙길
때때로 피어있는 야생화들과도 마주합니다.
지난번 산행 때도 보았던 아주 큰 산벚나무입니다. 벚꽃이 떨어지고 있는데요. 저렇게 큰 나무면서 꽃도 수피도 모두 너무 싱싱합니다.
사진이라 크기를 가늠할 수 없겠지만 내 생각으로 50m 정도? 정말 큽니다.
흙길이 끝나는 곳에 바위 타기가 시작됩니다. 바위와 어우러진 진달래들이 예쁩니다.
이제 두방산이 보입니다. 저 위쪽입니다. 다리가 짧아 온몸으로 기어오르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장이 된 곳은 그곳을 오르느라 힘든 것은 잊어버리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