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뒷집 어르신께서는 혼자 밭일을 하고 계십니다. 마늘 밭에 깔았던 비닐을 벗겨 내는 일입니다. 신음소리까지 내며 일을 하십니다. 80세는 넘긴 것 같습니다.
혼자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도와드릴까 그냥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엊그제 스프링클러 걷는 일을 도와 드렸는데 1시간 만에 끝을 냈는데도 허리가 몹시 아팠어요. 어르신 혼자 끙끙거리는 것을 보고 우리 텃밭 일을 하자니 마음이 안절부절입니다..
집 앞에 있는 800평의 밭에 마늘농사를 짓고 유자 농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늘 심을 때는 일손을 사서 심고 약치고 잡초 제거하는 일도 혼자 하십니다. 제일 일손이 많이 드는 것은 마늘종 딸 때입니다. 마늘종은 수입원이기 때문에 매일 나와 땁니다. 저도 한두 번 도왔습니다. 마늘종 뽑아 놓은 것을 옮기기가 힘들다 하시더군요. 저는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한두 시간 정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어르신은 신음소리가 크게 납니다. 그래도 일을 하십니다.
남편은 60대 중반 저는 초반입니다. 귀농은 않고 귀촌했습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제가 제일 선임이었어요. 그러나 시골 동네서는 막내뻘입니다.
어르신은 여자분입니다. 남편분과 같이 생활하시는데 남편분은 아침나절 파크 골프 치러 가십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하러 오시고 일은 같이 하지 않습니다. 유자밭에 약칠 때 줄 잡아주는 것 정도 합니다. 일을 같이 못하시는데 파크 골프는 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식들도 3명 있는 것 같습니다. 공휴일이 되면 때때로 부모님 뵈러 옵니다. 그럴 때는 어르신도 밭일을 하지 않고 같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번 마늘종 딸 때도 왔습니다. 보통 이럴 때는 밭에 나가 부모님 일부터 도와주는데 이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호하하 웃음소리가 납니다. 사이좋게 외식도 다녀옵니다.
다음날 어르신은 홀로 밭일을 합니다. 올해부터는 농사를 짓지 말아야지 하는 말은 계속하시면서 올해만 짓고 내년부터....... 하시는가 봅니다.
저도 올바른 해결책은 농사를 짓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그 농토를 다르게 이용하시면 편하게 사실텐데 안타깝습니다. 몸을 혹사시키시면서 저의 마음도 불편하게 하십니다.
시골살이 제일 큰 갈등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으로 사는 우리에게 제일 큰 고민거리입니다. 동네 다른 집들은 지나가다 도와드리면 되지만 뒷집은 한두 번은 도와 드렸습니다. 그러나 고민이 되는 것은 오늘처럼 도와드리자면 이 어르신의 모든 일을 함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