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들리는 민들레 Apr 21. 2024

43.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당신과 나의 고통




받아본 사람이 줄줄도 아는 걸까?



받아본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고기를 먹어본 적 없는 모든 사람은 눈앞에 최상급의 고기가 있어도 먹을 줄 모를까? 사랑을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 줄 줄도 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모든 사람은 아예 사랑을 줄줄 모를까?



때로 우리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진다. 그런 사람은 배려심이 많을 것 같고, 공감 능력도 높을 것 같고, 대인 관계도 원만할 것 같다는. 그러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반드시 사랑을 줄줄 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받는 것은 경험의 측면이고 사랑을 하는 것은 행동의 측면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뜨개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직접 떠준 옷을 입어봤다고 해서 갑자기 뜨개질을 할 줄 알게 되는가?









사랑만을 경험한 사람


사랑만을 경험한 사람



사랑만을 경험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이 하는 공감은 진짜 느낌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물이다. 어쩌면 그들은 진짜 삶이 아니라 이데아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에서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고통이자 시련이자 버려짐이자 고독감이지만, 사랑만을 경험한 사람은 그런 것들을 경험해 본 적도, 경험하고 싶지도 않다.



사랑의 행동은 공감으로부터 시작된다. 공감을 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고통을 느끼게 되며 사랑을 행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고통에 대한 개인 내적인 경험은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작용하고 그 공감은 바로 사랑의 동력이 된다.







벗어나야.


그 세계를 벗어나야.



고통을 경험하려면 사랑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대상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그 사랑에 머물며 안도하고 타인의 고통이 자기 것이 아니라며 안심하지 않아야 한다. 그 사랑을 이용하고 그 사랑으로부터 나의 존재를 찾으려는 욕구를 끊임없이 벗어버려야 한다. 무수히 매 순간 홀로서야 한다.


그래야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다. 만들어야 사랑이 된다. 실이 엮여야만 옷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감정만으로는 사랑일 수 없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 관념이다.


끊임없이 고통을 살아내는 사람만이 피투성이 손으로 사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한 점의 고통도 슬픔도 없는 사랑은 나르시즘일 뿐이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반드시 사랑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42. 고통을 이길 수 있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