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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May 29. 2024

44. 표출한다면 존중하지 않는 것

당신과 나의 고통



나와 너를 위한


나와 너를 위한 포장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포장을 마주한다.

과자도 포장이 되어있고, 콩나물도 포장이 되어있다. 라면도 포장이 되어있고 우유도 포장이 되어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일회용 컵이나 다회용 컵에 담겨 나온다.


그것은 받을 사람과 줄 사람의 편의 때문이다. 나만 편하자고도 너만 편하라고도가 아닌 모두의 편의를 위해서다.






나와 타인을 고려한 다듬기, 표현



표출과 표현의 차이


타인에게 어떤 물건을 전달할 때, 담지도 않고 그냥 준다면, 포장도 없고 다듬지도 않았다면 물건을 받는 타인은 불편할 것이다. 또한 받는 사람뿐 아니라 건네는 사람 역시 불편할 것이다. 마구 움직이는 산낙지를 어디에도 담지 않은 채 받는 이에게 건넨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받는 사람은 또 얼마나 불편할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기 것을 표현하지 않고 표출한다. 왜 그럴까. 그 안에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관계란 나와 네가 함께 있는 것,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너에게 보여짐이 전제된다. 그러므로 내 것이 보여질 대상에 대한 고려가 들어간다.  


표출은 자기 욕구를 나와 네가 함께 존재하는 <관계>라는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자기 욕구만 중요하다고 해서 지나가는 누군가를 추행한다면 그것은 표출이다. 자기가 화가 났다고 해서 타인에게 칼을 휘둘렀다면 그것도 표출이다. 표출은 배설이자 자폐적인 행동이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고려할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표현>인 것이다.







관계의 성립 = 나와 너


표출만 지속한다면



그러므로 누군가 내게 표현이 아니라 표출만을 지속한다면 그 관계는 배려도, 존재에 대한 인정도 없는 관계이며 표출하는 자의 자폐적인 욕구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관계다.


관계의 본질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데에 있다. 나만이 아니라 네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표출이 아니라 표현이 나온다. 너는 없고 나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관계가 아니라 욕구의 쓰레기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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