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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Feb 13. 2024

나는 달, 너는 별

여러분의 밤하늘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그런 친구 있으신가요? 

갑자기 문자와서는 심청이가 삼성화재에 취업을 했냐고,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삼성화재에 든 보험이 있는데 담당자 이름이 희망이라고. 그래서 희망이가 취업을 했냐고 묻는 그런 말도 안 되게, 진지하게 묻는 친구 말이에요.


정말 엉뚱한데, 그래서 좋더라구요. 친구의 이런 엉뚱한 면이 저에겐 힐링이거든요. 이런 친구와 있을 때면 복잡한 제 머릿속이 너무 단순해지는 게 느껴져요. 흐릿하던 생각들이 명확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의 직선으로 그려지는 느낌이랄까요. 예전에 저는 지금보다 더 많은 걱정과 염려를 끌어안고 살았는데, 그때 그 친구가 많이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때 그 친구의 조언은 당시의 저에겐 놀랍도록 본능적이었는데,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 친구의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가지치기가 정말 명쾌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요즘의 저는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해요. 예전엔 친구와 같이 의견을 나누고 제 생각을 정리했다면, 이제는 혼자 생각을 통해 의견을 정립하고 이후 친구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며 말하는 사람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예전만큼 그 친구의 조언을 100%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민이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 친구에게 가서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버리고 떠나고 싶었을 때도 나는 그럴 수 없지라며 단언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가 그냥 저만 생각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그 친구의 조언이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고 편안했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고민이 있을 때나 힘들 때 친구에게 많이 의지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이제는 글을 쓰는 것이 제 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창구가 되어가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마음이 약해지면 말이에요. "왜? 왜 하필 나일까?"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말이에요. 근데 이 질문이 시작인 것 같아요. 스스로 가라앉게 하는 질문이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답이 안 보일 때는 계속 누르고 있던 그 질문이 자꾸 수면 위로 떠올라요. 사실 정말 저만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실 자체가 정답일 수도,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저만 그런 것일 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돌고 돌아 생각해 보면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버거워서, 나한테만 이런 세상이 너무 불공평해서 힘들 때, 모든 걸 바꿔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도 있을 거에요. 예전과 제가 바뀐 또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면요, 이전에는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정의를 내렸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그러니까 뭐냐면, 만약 제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애초에 제가 할 수 없었던 부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상황에 너무 화를 낼 필요도, 답답해할 필요도 없는거죠. 전에 저는 미리 준비하면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그 외의 변수를 생각하고 대처하기보다는 제가 준비한 것을 더 완벽하게 해내려 하는 게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말 있잖아요. 인생은 뜻대로 안 된다는 그 말, 어렴풋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아요. 100이면 100, 제가 하려는 대로 다 잘 굴러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




24살에 아직도 이렇게 친구를 좋아해도 되나 싶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친구가 너무 좋아요. 가족에겐 말할 수 없는 고민들, 오히려 저는 그런 고민을 친구들에게 말하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친구들이 다들 바빠서 말을 못 해요. 시간이 돈이라는 것을 깨달은 요즘이랄까요. 제가 서운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을 할애해서 친구에게 들어달라고 할 만큼 친구들은 한가하지 않다는 것, 저만큼 친구들 또한 주변에 속상한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과, 이게 맞다면 제 부정적인 감정이 친구들에게 혹여 부담이 될까 감추게 되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요즘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인생을 꽤 잘살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제 주변에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거예요. 이런 글을 쓰니 또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 아마 다들 바쁘게 살고 있겠죠.


친구를 별에 비유한다면 말이에요, 여러분의 밤하늘은 어떤 모습인가요? 누군가의 밤하늘은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누군가의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누군가에겐 별이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모든 밤하늘 다 누군가에겐 빛날 거예요. 달이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

벌써 1월이 지나 2024년 2월 중순이네요. 이번에 설에 다들 즐겁게 보내셨나요? 시간 진짜 빠르죠.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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