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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Feb 05. 2024

보호자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 만나게 된 동생 J.

촬영 기간 내 그녀와 함께 방을 쓰며 돈독한 관계를 쌓았고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만나며 친밀한 사이로 발전했다. 늘 바르고 온화한, 마음씨 고운 친구였다. 동생이지만 어른스러운 그녀를 보면 배울 점이 많았다.


그날은 참 여러모로 힘든 날이었다.

사람과의 복잡한 관계들과 현실적인 문제, 해결되지 않는 싸움으로 답답함만 쌓여가던 때였다.


오랜만에 만난 J와 아주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서로의 안부와 반가운 인사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온기 가득한 그녀의 따뜻한 말들에, 감춰 두려 했던 감정들이 새어 나왔고, 혼자 참아오던 답답한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렸다.

부끄러움에 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과 현재 상황들을 정말 두서없이 쏟아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그녀는 내 말 어귀에 부드럽지만, 강한 음성으로 입을 뗐다.


“그런데 언니.

언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 조금 슬퍼요.

언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언니에게서 찾고 있어요.

그 원인이 정말 언니일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지금 그런 언니 모습에 마음이 아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오는 걸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해결되지 못해 꽉 막혀있던 답답함이 녹아내렸다.


그저 내 편이 되어,

‘내 말이 맞지’, ‘그 사람들이 잘못한 거야’, ‘내가 옳아’라는 말이 아닌, 정말 나를 생각해 준 위로였다.


오롯 나만을 걱정해 주는 그녀의 말.

그 당시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위로였는지 모른다.


“몰랐는데.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 같아.”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도 지키지 못했구나. 나에게서만 문제를 찾고 나를 원망하며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껏 그게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이유를 나에게서 찾고 내가 변화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싸우는 당시에는 문제가 변화할 수 없다 여겨지면 내가 달라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건 해결 방법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영원히 오해만 쌓여갈 뿐 문제만 키우는 격이었다.


아직까지도 J의 ‘슬프다’ 한 마디의 온기가 가슴 깊이 새겨져, 자책하려는 나를 볼 때마다 나 스스로가 보호자가 되어 나를 지켜보려 한다. 나의 삶을 사는 데 있어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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