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해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보았다.
쾌적한 하루의 시작과 대비되게 어두운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다.
첫째가 자신의 화에 이끌려 둘째를 밀치고 크게 다칠 뻔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안 그래도 첫째의 언행에 있어 걱정이 앞서 있던 지라,
어쩌면 "벼르던 때가 되었다"라는 생각으로 나는
벼뤘던만큼 첫째에게 꽤 많은 감정들을 쏟아 냈고
결국 사랑스러운 나의 첫째 딸을 위축되고 공포에 떨게 했다.
평소 아이를 혼내면 아내에게 마치 아빠의 역할을 잘했다는 식의 영웅담처럼 말해 왔고,
사실 오늘도 그 일화의 하나 정도로 될 것이라 치부했다. 하지만
과거 나의 아버지는 가부장적이고 엄격했다.
물론 아들의 입장에서 공포의 존재였다.
불혹의 나이가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영향이 있다.
사랑하지만 어렵고,
감사하지만 피한다.
나와 첫째의 관계도 내가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가정교육이라는 단어로 위장해 관계를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
첫째에게 반강제적으로 둘째에게 사과를 시키고 나서
아빠를 피해 크게 돌아서 제 갈 길을 가는 첫째를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아차 싶었다.
나는 과연 첫째를 위해 이렇게 혼을 냈을까
아니면 내 감정을 나보다 약자인 아이에게 배설을 한 것일까
이내 내 자신이
첫째는 나를 많이 닮았다.
그러다 보니 첫째의 언행에서 나를 투영해 보게 된다.
'나도 저랬었는데..' 하며 회상하기도 하고 또 반성하기도 한다.
가끔은 너무 닮아 있어 첫째의 생각이 읽혀 소탈한 웃음을 만들게 하곤 한다.
지금 와서 생각건대
내가 싫어하던 나의 모습들이 첫째의 언행에서 나오면
치부를 들키는 것 같아 유독 화를 내고 짜증을 내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첫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첫째는 눈물로 답하였다.
오늘을 길잡이 삼아
딸아이들과의 유대감을 다시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 부끄러움을 두서없는 글로 고백하며 생각이 많아지며 센치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