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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May 20. 2024

수영대회 다시는 안 나간다며!

또 하나의 도전

"Take your marks"

각 수영대회에서  쓰이는 출발 신호인데

이 구령 이후 바로 "삐"하는

부저가 울리기 때문에

선수들은 미리 출발대를 이용해

앞으로 치고 나갈 자세를 취해야 한다.


평소 연습하는 낮은 풀과는 다른

2미터 깊이의 풀을 향한 스타트는

심장이 떨어져 나가게 긴장을 준다.

2미터 풀을 평소에도 개방하는 

수영장이 있는 도시가 부러웠다.

'그럼 스타트 연습을 더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선수가 그 순간 떨리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이번 대회 역시

생명을 단축하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늘 긴장하며 살기에

취미까지 긴장하는 시간이 싫어

다시는 안 나가겠다던 다짐과

다르게 다시 스타트대에 서게 되었다.

이번이 3번째 출전인 나는 대회 공포로

어깨와 뒷목이 땡땡하게 뭉쳐왔다.

이 묘한 느낌이 설렘으로 다가오는 날이

오긴 할까? 

'떨림보다 설렘을 1%라도 더 가지고 가자.

언젠가는 익숙함이 느껴지는 날이 있을 거야'라며 

수친들과 더 알아가고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했다.


우리 팀 회장님은 설득의 여왕!

개인적으로 계속 연락을 해서 끝까지 대회

출전을 수락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니.

"민폐 끼치면 안 되니 저는 빼주셔요."

그런데 계속 거절하는 게 민폐라는

말씀에 거절 못하는 나는

결국 수락을 하고 말았다.

대회 전까지 준비기간 동안 실력이 느는 건

사실이니 나는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첫 대회 나의 목표는 완주와 스타트 시

수경 안 벗겨지기였다.

무사히 첫 대회를 마치고 나니

자유형, 평영, 접영에서

개인 기록을 가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번 대회 보다 1초라도 기록을 단축하자!'

나 자신과의 약속을 하며

소소한 목표를 세워 대회 준비에 임했다.


우리 반 회장님이 대회 출전하는 분들을

스타트 개인 레슨을 해주셔서

 다들 하나로 뭉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회장님의 칭찬을 듣기 위해

자세 교정에 더 신경을 쓰고

연습을 하던 도중 

주말에 컨디션 난조에도

무리를 해서 감기에 걸려 버렸다.

추워서 물에 도저히

들어가는 날이 10일이나 되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회장님이 

'해보자 해보자'를 외치며

대회 전날 우리 팀에 용기를 주셔서

마음을 다잡았다.


대회 아침 우리 팀은 새벽부터 돗자리를 깔고 

응원석에 자리를 잡았다.

온갖 간식과 짐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다들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각자 출전 영상을 찍어 주고

단톡방에 공유해 줘서 내 자세를

점검할 수 있었다.

이번 수영대회는 그야말로 

수영인들의 축제 느낌이었다.

같은 반 (팀명 빙그레) 식구들이 거의 다 출전을 했기에

 '어차피 우승은 빙그레'

의 줄임말로 "어우빙" 구호로 외치며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진짜로 우리 팀은 1등을 하게 되었다.

팀에 기여도는 소소하겠지만

내 개인 기록 자유형 1초 단축, 평영 4초 단축에 성공해서 만족한다.

우승 팀에서 같은 수모를 쓰고

뛸 수 있었던 기억마저 영광스럽다.


같은 운동을 한다는 건

서로를 응원하며 공감해 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시간을 기꺼이 내서

봉사하는 수친들을 보며

진정한 수영 사랑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다음 번은 더 도움이 되는

기록으로 보답해야지'

생각하는 나를 보며

수미자 (수영에 미친 자) 어쩔 거야

다시는 수영대회 안 나간다며..


그래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다행인 건가

도전은 인간을 진화시킨다는 뜬금없는 생각

까지 하며 긍정의 기억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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