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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Jun 10. 2024

아빠는 요리사!

고기의 참맛을 알아가다

이유식을 먹던 아가 시절엔 편식 없이

골고루 잘 먹던 아들이 

점점 커가면서 편식이 너무 심하니 고민이다.


아들이 고기를 안 먹는다니

주위에선 "고기만 먹는 거 아니고?"

라며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고기를 안 먹는다고 "채식주의자냐?"

그것도 아니다.

초록색, 주황색이 들어 있는 채소는

우선 골라내고 본다.

가루가 되게 잘라서 넣으면 통째로 아예

안 먹어버리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엄마는 약자라서

고기는 콩으로 대체하고 채소도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등  먹는 것만이라도

먹이려고 갖은 애를 쓴다.

아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치킨, 피자, 스파게티만 따로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이겨 내지 못하면 온 가족이 다 같이 영양실조에 걸릴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완벽한 한 끼인 급식조차 거부하니 마음이 아팠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이 안 나오면 딸기나 사과에 밥을 먹고 오니 속이 상할 수밖에..


심한 편식에도 키는 큰 편이라 주위의 부러움을 사게 되면

"제가 따라다니면서 먹여서 그나마 커요."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실제로는 잠을 정말 깊이 있게 잘 잔다.

한 번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를 정도의 숙면!

진정 부럽다.

가끔 숨소리도 안 나서 잘 자는지 숨 체크를

한 적도 있다.


정말 건강하게 낳아 놓은 아들이 점점 약해지는 게 두려워 미리 늙게 된다.

편식으로부터 건강도 지키고 아들과 사이도 좋아지게 먹이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싸우기 싫으니 적당한 타협으로 평화를

유지하던 시절,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던 신랑이

아들 사랑에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통해 조리법을 따라 하고 

온갖 양념들을 다시 샀다.

레시피 맹신자라서 미림 2큰술이 필요하면 맛술은 안되고 미림을 꼭 넣어야 한다며 그걸 사러 당장 마트에 갈 만큼 고지식한 요리사이다.

기 요리엔 진심이라서 2시간이 넘게 걸려

내놓은 요리들은 하나같이 밖에서 판매해도

좋을 만큼 맛있었다.

아들 하나 잘 먹여 보겠다고  만들어 낸 요리들은

정성과 사랑 그 자체였다.


아들도 처음엔 깨작깨작 먹는 듯하더니

갈비치킨을 먹고 "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언제 굽네치킨 배달시켰어?"를 외쳤다.


갈비 치킨을 성공시킨 이후로

깐풍육, 소갈비찜, 수육요리, 스테이크, 찜닭, 돼지갈비 등등 다양한 고기요리가 탄생했다.

삼겹살과 콜라로 만든 갈비는 정말 자주 가던 갈빗집 보다 맛있어서 외식을 끊게 했다.

"고기 요리는 엄마보다 아빠가 해 준 게 더 맛있어."

라며 아들이 엄지를 치켜세운다.

훌륭한 술안주까지 되어 주니  나는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겠다. '유튜브야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을게.'


첫째, 물개박수를 치며 감탄하며 먹기

둘째, 다 먹고 나면 소리 없이 치우기

셋째, 오래 걸려도 꾹 참고 기다리기


다만, 이  세 가지만 잔소리 없이 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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