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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Jul 19. 2024

비 오는 날을 회상하다가 문득

결핍의 힘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초등학교 때

하교 후 질퍽거리는 운동장을 지나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집에 뛰어온 일이 떠오른다.


집에 가는 길에 운동장 한가운데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호기심에

가운데로 갔다가 모여 있던 아이들과 같이 선생님께 벌을 받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리 학교 운동장은 흙 운동장이라 비 오는 날 운동장 가로지르기를  운동장 보호를 위해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를 맞고 집에 오면 엄마가 안 계시는 날이 더 많았지만 나는 씩씩하고 무던했다.

엄마가 계시는 날에도 어떤 위로나 짠함의

감정은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모든 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뿌듯함과

자립의 기쁨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비 오는 날 우산을 안 가져가서

비를 맞고 하교한 아들을 보니

애잔한 마음이 살짝 들어 걱정스럽게

"우산도 없이 비 다 맞고 온 거야?'

하고 물어보니 너무도 쿨하게

"비 별로 안 왔어 맞을만했어." 라며 대꾸한다.


귀찮아서 그냥 맞고 오는 쿨한 아들의 모습에

나도 쿨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 깟 비 좀 맞으면 어때 한겨울도 아니고.'


요즘 취준생을 보니 집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거리에서 보는 시험에  전날부터 부모님과 같이

지역에서 숙박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식이 힘들 것을 미리 차단하고픈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취준생 시절 서울로 시험을 보러 가려고

새벽 4시에  혼자 다음 카페에서 알아본

대절 버스를 타고 시험을 보고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라 비교가 되었다.


첫 직장이 전남 진도의 대교에서도 30분을 들어가야만 있는 깡 시골이었는데

차가 없던 시절이라 버스를 타고 때론 카풀을 하고

주말에 광주 집에 왔다 갔다 했었다.

동기 중에 한 명은 일주일치 빨래 주머니가 무겁다고 딸을 데리러 금요일마다

진도로 오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특별한 자식사랑에 챙김 받는 모습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 나 너무 막 자란 거  아니야?' 라며

그 순간은 잠시 씁쓸해했지만 그 덕분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은

길러졌기에 어떤 일이 생겨도 두렵지 않기도 하다.

결핍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보석이며 행운이다.


우리가 결핍을 차단하는 게 육아에서의

능사가 아니기에 나의 성장엔 빠질 수 없는 것이 결핍이었음을 인정한다.

스스로 해 낼 때 칭찬해 주신 엄마에게 감사하다.

아이 둘을 혼자 키우면서도 친정엄마의 부재가 느껴질 때엔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나를 칭찬한다.

물질의 결핍, 존재의 결핍 속에서의 짱짱한 마음가짐은 세상 속의

나를 달리 살게 할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주고

가족구성원으로서 자기의 역할을 하는 아들을 키우고 있다.

사실 따뜻한 격려와 칭찬이면 아들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아들 교육은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소리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는데

엄마의 불안감으로 인한 쓸데없는 참견과 언행은 독이기에

오늘부터 묵언수행을 조금은 더 해야겠다.


육아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기에

오늘도 소리 없이 자라나는 나의 아들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그저 묵묵히 같은 자리에 있어주련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동안

재촉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기

해야 할 일만 가득하지 않은 삶 같이 살기

단점과 약점을 가리고 고치기보단

장점과 강점으로 덮을 줄 아는 사람 되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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