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15일
드디어 빙하투어다!!
투어는 미리 민박집 사장님을 통해 예약을 해 두었다.
8시쯤 투어 벤이 온다고 해서 7시쯤 한식 조식을 먹었다.
엄마, 아빠 어찌나 맛있게 드시던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너무 좋으셨다.
준비를 완료하고 벤을 기다리는데 8시 20분이 거의 다 되어서 벤이 왔다.
해가 뜨기 전이라 그런지 날이 추웠다.
그래서 빙하 투어를 가는 기분이 확 다가왔다.
다른 호텔을 거쳐 투어 인원을 태웠다.
20명 정도? 벤이 가득 찼다.
벤은 1시간쯤 달려 모레노 국립공원 매표소에 도착했다.
도착을 하니 해가 떠 있었다.
투어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국립공원 입장권 1인 10000 페소를 주고 샀다.
이미 투어 비용이 1인 70000페소(143달러 정도) 였는데 ㅎ
빙하 투어가 값이 조금 나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이 정도는!!!
** 국립공원 입장권은 전날 or 그 주에 (기간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갈 경우 50% 할인을 해준다.
우리 가족의 입장권을 민박의 다음 손님들에게 주려고 했으나 기간이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
또다시 시작된 영어, 스페인어 듣기 평가의 시간.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나마 알아들은 것도 통역을 바로바로 못해줘서 너무 답답했다.
가이드가 말하는 것을 찍고 나중에 대충 말해주려고 노력은 했다.
첫 번째 빙하가 보이는 곳 도착!
너무 신기했다.
저기 멀리 보이지만 처음 본 광경에 우리 셋 모두 우와~ 했다.
그렇게 벤에서 딱 내렸는데!
추웠다. 정말 추웠다.
빙하가 가까워진 기분을 매우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가 이곳은 그냥 거쳐가는 곳이라고 해서 5분도 못 있고 바로 벤으로 돌아갔다.
(나중에 보니 정말 맛보기 장소, 이후 코스를 알았으면 벤에서 안 내렸어도 됐다.)
숙소 출발한 지 2시간 즈음이 흘러서야 보트 타는 곳에 도착을 했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투어 팀들이 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트를 타고 (10분-15분 정도?) 미니 트레킹 하는 곳에 도착!
그곳에는 ‘셸터’라고 불리는 대피소가 있었다.
그곳에 짐을 두고 필요한 것만 가지고 투어를 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장소와 보트를 기다릴 때는 너무 추웠는데, 오히려 셸터에 내리니 많이 춥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가이드가 영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을 위주로 모아 투어를 진행했다.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 다 동양인 뿐이었다ㅋㅋ)
영어 + 스페인어보다는 영어만 말해주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 전달하기 수월했다.
가이드 이름은 플로렌스! 여자 가이드였는데 너무 예뻤다.
날씨도 좋고 해가 좀 뜨니 추위가 덜 했다.
빙하투어를 시작하자마자 투어 안 왔으면, 빙하를 안 봤으면 너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후회조차 못 느끼고 살았겠지!)
빙하 투어를 꼭 하자고 한 아빠도 뿌듯해했다. 인정!
(빙하 투어를 일정에 넣기 위해서 이전 일정이 촉박했던 것이다.)
빙하를 오르는 길까지는 마치 바닷가의 해변 같아 보였다.
저기 빙하와 눈 덮인 산도 보이지만,
매우 색다른 풍경에 모두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곳에서 가이드는 잠시 멈춰 빙하 투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 우리 가족이 방문한 7월은 겨울로 미니 트레킹만 가능했다.
다른 계절에는 빅아이스 트레킹으로 빙하의 더 깊은 곳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안전상의 문제로 나이 제한도 있다고 했다.
빙하를 제대로 오르는 곳까지 걸어가 아이젠을 신었다.
아이젠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아이젠이 아니었다.
가이드들이 관광객 한 명씩 아이젠을 모두 신겨주었다!
이것이 찐 아이젠이다...
평생 이런 아이젠을 또 신어볼 수 있을까.
아이젠+헬멧!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제대로 빙하 위를 걷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는 절대 넘어지면 안 되고, 넘어지면 발목이 부러지던가 뼈에 실금이 가겠구나 생각했다.
시작 전 가이드가 아이젠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엄마, 아빠에게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번역해 준 적이 있었을까.
물론 TV에서 본 기억이 있어 더욱 잘 설명할 수 있었다.
** 빙하 위를 걸을 때는 발목 틀지 말고! (발을 일자로 유지!)
무릎 굽히고! 허리는 뒤로 똑바로 세우고! (가이드가 내 행동을 보고 맞다고 웃었다.)
신신당부를 하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 정말 가이드 잘 따라다닌다.
빙하 골짜기라고 불리는 크레파스도 보고 빙하로 만들어진 미니 동굴? 터널? 도 들어가 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나중에 민박집 사장님께 들으니 동굴은 빅 아이스 투어에서만 볼 수 있는 건데 운 좋게 볼 수 있었던 거라고 하셨다! 오예!
빙하 얼음은 색이 또 어찌나 예쁜지 파란 얼음이 통째로 얼려져 있었다.
푸르른 하늘이 색을 더 파랗게 보여 준 걸지도!!
덕분에 사진들도 전부 잘 나왔다.
빙하는 내려가면서 길이 조금 비탈졌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위해 앞장서고 아빠는 엄마 뒤에서 커버!
우리 가족만의 이동 대형을 만들었다.
가이드는 길게 이어진 사람들을 챙기느라, 나에게 '저기 앞에서 기다려줘, 천천히 가줘, 응 계속 이동해 줘' 등의 요구를 했다.
나는 OK 사인을 날리며 플로렌스가 요구하는 대로 척척 나아갔다.
내심 어찌나 뿌듯하던지. 말 잘 듣는 한국인! ㅋㅋ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너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빙하 얼음 위스키 언제 마셔???
아빠랑 나는 이 시간만 기다리는데?? ㅎㅎ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온 더 락을 빙하 얼음으로 마시는 장소에 도착!
이미 먼저 출발했던 관광객 팀들이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먼저 가이드가 직접 빙하를 올라서 얼음을 캤다.
시작부터 너무나도 신선한 이 모습.
드디어 빙하 얼음 온 더 락을 받았다.
위스키 맛도 모르면서 괜히 분위기와 기분에 너무 맛있게 마셨다.
아르헨티나 자연 얼음이니깐 ㅎㅎ
신나서 엄마 것도 좀 마시고 아빠는 한잔 더 마시고 ㅎㅎ
미리 챙겼던 하트 파이는 또 왜 이리 맛있는 건지.
세상 행복한 시간!!! 이때 찍은 사진을 보면 행복이 마구 느껴진다
위스키를 마지막으로 빙하 투어는 끝이 났다.
셸터로 돌아와 (보트 타는 곳 근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미리 민박집 사장님께 구매한 주먹밥!!!
아침에 따뜻하게 싸 주셨는데 조금 식어 있었다.
나는 바람이 좀 부는데도 주먹밥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빙하가 보이는 곳에서 먹었다.
엄마, 아빠는 추워서 따뜻한 셸터 안에서.
나는 배가 고팠었나 보다.
주먹밥이 꽤 컸는데 다 먹었다.
빙하 보면서 먹으니 더 맛있었나... ㅎ 특별했지.
다시 보트를 타고 나가기 전에 플로렌스를 찾아서 사진도 찍었다.
엄마를 몇 번 잘 챙겨주어서 고마웠고, 엄마도 예쁘다고 좋아했다.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했다.
투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장소는 빙하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
길이 걷기 좋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 이곳이 TV에서 보았던, 빙하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인듯했다.
빙하가 무너지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소리만 몇 번 들었고, 실제로 빙하가 무너지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마도 빙하 트레킹을 할 수 없는 날에는 이곳에서 보는 것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잘 모르지만!)
그렇게 빙하 투어는 진짜로 끝이 났다.
다시 엘 칼라파테로 돌아오는 벤은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 듯하다.
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잠에 들었다.
우리 가족도 완전 뻗어버렸다. 꿀잠.
(아침 8시에 벤을 타서 다시 시내에 도착하니 저녁 6시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기 위해 엘 칼라파테 시내에서 내렸다.
사장님이 미리 알려주신 양고기 아사도 맛집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레스토랑 오픈 시간이 안되어서 잠시 시내에서 기념 마그넷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엘 칼라파테에만 있다는 빙하 맛 아이스크림!!
역시나 맛있다.
레스토랑 오픈 시간에 맞춰 가게로 향했다.
5분 기다려서 오픈런 ㅎㅎ
우리 가족 말고 한 팀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맛집이라고 하니깐 왔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먹은 아사도의 충격이 있어서 살짝 두려웠다.
인터넷 사진, 메뉴판을 총동원해서 양고기 아사도, 샐러드, 감자 계란 오믈렛? 을 시켰다.
와인? 빠질 수 없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런 느낌의 아사도면 또 엄마가 드시지 못할 듯해서 오믈렛까지 시켰다.
엄마는 한국에서도 양고기 특유의 향 때문에 양꼬치도 거의 드시지 않는다.
음식이 나왔고, 걱정했던 양고기 특유의 향? 하나도 없다.
그냥 이게 양고기 맛이구나.
그리고 걱정했던 질김? 하나도 없다.
첫날 먹은 아사도와는 너무 달랐다.
엄마도 너무 잘 드셨다!!! 이것이 중요하다!!!!
아빠와 나는 말할 것도 없고 ㅎㅎ
그리고 남미 여행하며 거의 매 끼니 먹었던 샐러드의 소스는 여행 전부를 통틀어 가장 맛있었다.
그냥 올리브오일이랑 발사믹 소스인듯했는데, 샐러드를 두 번 시켜 먹었다.
부드러운 고기와 상큼한 샐러드는 미친 조합을 이뤄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ㅎㅎ
최고의 하루를 자축하며 아빠와 나는 와인을 두 병이나 마셨다.
(양고기 아사도, 계란 감자 오믈렛?, 샐러드 두 번, 와인 두 병 전부 36000페소 75달러...!!!)
또 마트에서 또 파타고니아 라거를 사서 숙소를 갔다.
과음 ㅎㅎㅎ
여행 중에 단 한 번도 과음을 절대 하지 않았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긴장!
그런데 엘 칼라파테의 그 분위기에 취했나?
마음이 너무 편했나? 빙하에 반해서 너무 기뻤나?
기분 좋게 취해 버렸다.
취해서 민박집에 있는 네그로(한국어로 '검정'의 뜻으로 '검둥이') 라는 개랑 엄청 놀았다.
집 안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고, 말도 너무 잘 듣는 정말 똑똑한 개였다.
엄마, 아빠가 맛있게 드신 한식 조식을 시작으로 날씨도 완벽하게 도와줬던 빙하 투어,
평생 잊지 못할 양고기 아사도와 와인 두 병을 마신 저녁 식사.
엘 칼라파테. 반해 버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엘 엘칼라파테까지
아르헨티나 매력이 넘치다 못해 미친 곳이구나.
음... 여기까지는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스카이다이빙도 잊은 지 오래였다.)
적응을 한 것인지, 긴장이 살짝 풀린 것인지,
아빠와의 다툼도 줄어들었고, 걱정했던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하지만 원래 인생이 완벽할 수 없지.
나도 알고 있다.
이때까진 내일의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니 취해 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