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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Oct 08. 2024

15. 엘 칼라파테 > 또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23년 7/17일

아침 8시, 느긋하게 조식을 먹었다.


미역국!!!

어제 사장님이 이야기하실 때 공항에서 완도 미역을 압수당하셨다고 하셨었는데 ㅠ.ㅠ

아르헨티나에서 구매하신 미역으로 너무 맛있게 끓여 주셨다.

나의 최애 메뉴인데 한국에서 먹는 것만큼이나 맛있었다.

엄마는 어제 남았던 된장국까지 더 드셨다.


조식을 먹고 쉬는 시간~

왜냐? 할 게 없으니깐 ㅎ

아빠는 한숨 또 주무시고

(감기 기운, 건조함에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다. 아침에 사장님께 감기약도 받아서 드셨다.)


엄마랑 나는 예쁜 거실에 앉아서 남미 사진 구경을 했다.

그리고 편히 앉아서 예쁜 바깥 풍경을 보았다.

여유 넘치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래도 퇴실 시간은 맞추자고 10시쯤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두 번째 Check out 준비.


저녁 비행기로 시간이 많아서 일단은 퇴실 준비를 해두고 밖으로 나왔다.

가까이 가보지 못했던 아르헨티노 호를 보러 갔다.


가는 길에  떠돌이 개(맞니? 혹시 주인이 있었니?)가 우리 가족 주변을 계속 어슬렁거렸다.

여행을 하며 마주한 모든 떠돌이 개들은 너무 순하고 예뻤다.

여기서 마주한 개도 자세도 예쁘고 순했다.

지도를 보며 호수 가까이 갈 수 있는 길로 들어서니 개가 앞장서 우리를 마치 인도하는 듯했다.

앞장서 가다가 우리 가족이 보이지 않으면 가만 뒤돌아서 보고 있었다.

그렇게 꽝꽝 얼어 있는 호수에 도착해 사진을 찍을 때도 계속 주변을 서성거렸다.


기념으로 사진에도 개가 나오게 같이 찍었다.

잠깐 호수 위에서 사진 찍고 멀리 보이는 설산 구경도 하고, 또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개도 같이.

개는 대로변에 차가 오면 100m 정도 차랑 경주를 하고 (너무 위험해 보였지만 이곳 사람들은 익숙한 듯했다.) 다시 우리 가족 주변으로 돌아왔다.


마을을 천천히 돌고 돌아 점심시간이 되어서 어제 갔던 시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을 외곽에서 시내 쪽으로 들어서자 우리 가족 곁에 있던 이 개 때문에 온 동네 개들이 난리가 났다.


이 개는 우리 가족을 보호한다고 특히 내 옆 가까이까지 붙어 다른 개들에게 으르렁거렸다.

정말 똑똑한데, 너 있어서 개들이 우리한테 더 온다. ㅠ.ㅠ

가라 이제 너네 집으로!

말을 해도 알아들을 리가 있나.


아빠가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며 가라고 했지만.

그럴 리가.

그래서 아빠 보호 안 하고 내 옆에 탁 붙어서 보호해 줬던 것 같다.


아니 너 때문에 다른 개들이 더와. ㅠ.ㅠ

무서웠다.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개들끼리 으르렁.


개와 함께 마을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어제 그 레스토랑에 도착!


식사를 하다 보니 그 개도 돌아가고 없었다.

애완견을 키우지 않는 우리 가족은 나름 따뜻한 경험을 했다.

엄마, 아빠도 저런 개면 키우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고마워 흑구!


오늘은 티본, 리소토, 호박 수프 Sin sal!

말백 와인을 주문했다.

다 맛있다. 너무 맛있다.

와인 두 병 마시고 싶었지만...

점심이었기에 참았다. (왜 참았지?)


다음에 아르헨티나에 오면 (꼭 올 것이다.) sin sal과 와인은 필수다.

맛있게 먹고, 또 마트를 가서 위스키, 파타고니아 라거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한 잔씩 더 하고 엄마, 아빠는 낮잠을 주무셨다.


체크아웃한 거 맞는데 ㅎㅎ

친절하신 사장님은 편히 쉬다 가라고 해주셨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는 딱히 잠도 오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 안 취했나?

기분이 이래저래 찝찝해서 잘 수가 없었나?


이번에는 민박집 네그로랑 놀다가 진짜 체크아웃을 했다.


사장님과 네그로가 건강하게 오래 그곳을 지켜 주기를 바라며 진짜 작별 인사를 했다.

또 올게요!

엘 칼라파테 후지 민박!


7/17일 오후 5시.

이과수 구경 마쳤을 시간이다.

키위 사이트 놈들아 하하하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반팔 입고 있어야 하는데 이놈의 바람막이 벗지도 못하고!!

(일기장에는 그냥 진짜 욕이 써져 있다.)


공항에 또 매우 빨리 도착해 카페에 조금 있었다.

그리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체크인!!

하하!!

가방에 노란 표도 따로 붙여줬다.

(근데 이거 소용없던데 왜 붙인 거니?)

공항의 히터가 너무 빵빵해서 엄~청 더웠다.

또 비행기 타기까지 기다림의 시간.

우와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줄도 안 기다리고 바로 비행기 탑승이다.

좋구나 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다시 가는 비행기.

그냥 공항만 스쳐갈 줄 알았는데...

정말 착잡하다 기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의자가 아니라 소파다.

너무 편했다.

앞뒤 양옆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국내선 비행이고 이코노미석이 3, 3 좌석의 작은 비행기였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석은 2, 2 좌석이었다.

엄마, 아빠는 앞에 앉으시고 나는 뒤에 남미 아저씨와 앉았다.


남미의 모든 비행기는 간식을 준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쟁반에 샌드위치, 빵, 과자, 땅콩을 주었다.

좋구나 대접받는 기분이다.


근데 빵순이인 나도 맛이 없는데?

다른 사람들 누가 맛있게 먹는 거지?

그리고 이건 나의 느낌인 걸까?

기분 탓인 걸까...?


남미 여행을 하면서 남미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많이 느꼈다.

그렇지만 혼잡한? 비행기 안에서는 크게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무뚝뚝? 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승무원이 서빙을 하며 나에게 말을 시켰다.

'너 스페인어 하네?, 어느 나라에서 왔어?' 웃으며 질문을 했다.

나는 그냥 커피를 달라고 스페인어로 말했을 뿐이었다.


기분 탓인가? 내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느꼈을까?

하필 프리미엄 이코노미 앉아서 상냥한 승무원 언니라고 느끼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씁쓸? 착잡? 했다.


그렇게 키위 놈 생각과 왜 승무원 언니가 말을 걸었는지 생각을 하며 비행기 안에서 일기를 썼다.


도착 즈음에 부에노스아이레 국내 공항인 호르헤 뉴베리 부근 상공이 신기했다.

계획도시처럼 균일하게 나누어진 지역에 딱 절반은 하얀 불빛, 절반은 주황 불빛이었다.

(왜 인지 설명 좀 해주세요. 찾아도 내용이 나오지 않네요ㅠㅠ)

신기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니 옆에 아저씨도 사진 좀 찍어 달라며 폰을 내밀었다.

열심히 찍어드리고!!!


우와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비행기 내리는 것도 일등이다.

좋구나 앞자리. 돈이 최고다.


비행기를 내려 짐을 찾는 곳으로 갔다.

우리 짐은 노란 표시가 붙어 있으니 일찍 나오겠지?

기대를 하며 짐 찾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응?

스크린에 떠 있던 짐 나오는 곳에 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는 듯하여 계속 기다리는데,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았던 아저씨가 나에게 오더니 저쪽이라며 알려주었다.


역시! 남미 사람들 친절해!!

심지어 오늘은 친절한 승무원 언니도 만났어!!


짐을 찾는데 노란띠는 왜 붙인 걸까?

우리 가족 짐은 엄~청 늦게 나왔다.


공항을 나와 바로 택시를 탔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또 올 줄이야.


엄마, 아빠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무사히 도착해서 한시름 더 신 듯했다.

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편히 와서 기분이 조금은 좋았다.


공항이 멀지 않아서 택시를 타고 30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서둘러하고 방으로 향했다.

가격을 잘못 보고 예약한 조금 비싼 호텔!

좋구나 역시.

엑스트라 베드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내일 호텔 헬스장 가려고 양치, 세수만 하고 취침을 했다.

휴...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것일까

돌아버리겠다.


키위 사이트 예약 취소 사건으로 이래저래 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돈을 썼더니 소파에 앉아 비행을 했고,

괜히 승무원 언니가 웃으며 말을 걸어준 듯하고,

좋은 호텔까지. (내 실수이지만)

그냥 생각이 좀 많아졌다.


** 다시 한번 느끼지만!

좋은 일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일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일기 옮겨 적는 지금에서야 생각이 드는데

이때도 지치지 말고 힘내서 아르헨티나 와인 한잔 더 하고 잘 걸...!!

지나온 모든 것이 아쉬운 지금 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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