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
"엄마 이거 봐. 나 3월에 비해 글씨 아주 잘 쓰지? 이것도 이렇고, 저것도 이렇고.."
8살 딸이 3월에 썼던 일기를 발견하고 한참을 읽어보더니, 그때에 비해 훨씬 반듯해진 자신의 글씨체를 보며 아주 뿌듯해했다.
"맞아. 우리 딸 글씨가 훨씬 좋아졌네. 만약에 6개월 전의 글씨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동안 하나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예전의 글씨가 못나 보인다는 건, 그만큼 그동안 우리 딸이 엄청 발전했다는 이야기잖아."
채니는 사랑스럽게 씩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가만히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만약에 3월의 그 기록이 없었다면 비교를 해볼 수 있을까? 없었겠지? 그래서 '난 못해!'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발전하는 것조차 모르게 돼.
엄만 그래서 무언가를 무조건 써보고, 만들어 보고, 도전하는 채니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잘 못할까 봐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자세가 진짜 멋져! 우리 딸은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엄청 많이 발전할 거야."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던 채니는 대뜸 이런 말을 건넸다.
“엄마,
세상에 이런 엄마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아.”
엄청난 칭찬임을 감지하고 자세히 물었다.
(엄마가 칭찬받는걸 애보다 더 좋아한다.)
"뭐 가아~?"
"엄마는 무조건 이거 해!라고 하지 않고, 엄마가 책을 읽고 깨달은걸 나한테 항상 이렇게 말해주잖아. 그런 걸 통해서 내가 좋은 걸 하게 만들잖아. 어떤 집에도 이런 엄마는 없을 것 같아."
내가 준 것보다 늘 더 큰 걸 주는 내 아이. 내게는 그 어떤 누구의 인정보다 내 아이들의 인정이 제일 큰 상이다. 그 큰 상을 이렇게나 감동적 받았다.
책에서 보고 깨달은걸 자신에게 나누어주는 엄마가 고마웠던 걸까. '매일매일 일기 써!'라고 강요하지 않고 기록을 해두면 좋은 이유를 설명하는 엄마의 말이 매우 납득이 되었던 걸까. 자신은 그저 좋아서 끄적이는 것뿐인데 그 시간들을 멋지게 도전한다고 표현해 준 게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이 순간 아이는 다른 집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렇게 좋은 엄마가 내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하는 것 같았다.
"다른 집에 엄마 같은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우리 딸만 그렇게 생각해 주면 돼. 고마워."
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고 뽀뽀해 주었다.
우리 딸! 엄마에게 과분한 칭찬을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여보! 어제 채니가 나한테 세상에 이런 엄만 없을 것 같다고 했어.."
라고 엄마가 아빠한테 말해줬거든.
그 얘기를 듣고 아빠가 피식 웃더니,
"음.. 그렇지.. 세상 어디에도 없지.."
.
.
.
불쾌한 건 기분 탓이었을까?
괜찮아.
아빠가 엄마를 돌려 까기 해도,
너에게만큼은 정말 이런 엄마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다른 엄마에게 가지 않고,
엄마 뱃속으로 찾아와 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