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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Dec 16. 2024

모든 러너들의 필독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서평

  달리기와 소설 쓰기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생각나는 에세이집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한 권의 책 안에 하루키의 달리기 인생이 담겨있다.


  책을 쓸 당시인 2006년이 되던 해까지 약 23년을 달렸다는 하루키. 직업적 소설가로서 달리기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는지 이야기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마라톤 풀코스부터 울트라 마라톤, 심지어 트라이애슬론까지 무궁무진한 러닝의 세계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하루키는 어떻게 일본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소설가가 되었는가


  젊은 시절, 일본의 센다가야 역 근처에서 꽤 잘나가던 재즈 바를 운영하던 하루키는 어느 날 야구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며 야구 경기를 구경하던 중에 갑자기 '소설을 써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번뜩 하게 된다.

  그 길로 돌아가 그해 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가을에 작품 한 편을 쓴다. 소설가가 되려는 야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라고 에세이 속에서 하루키는 말한다. 소설을 쓰고 개운한 마음이 들었던 하루키는 내친김에 문예지의 신인상에 응모한다. 재즈 클럽을 운영하던 하루키가 일상을 바삐 살아가며 신인상에 응모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즈음에 하루키의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그 이후로도 출품한 장편소설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이 연이어 평단의 호평을 받고 본격적으로 전업작가로써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이후에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와 같은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많은 위대한 여정이 그렇듯 처음 시작은 작고 사소했다. 전업작가가 된 하루키는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체중이 엄청나게 불고, 몸이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던 차에 러닝을 접하게 된다. 러닝은 특별히 마련된 장소가 없더라도 큰 상관이 없고

멀쩡한 두 다리와 러닝 슈즈만 있으면 족한 운동이다. 하루키는 이 점이 마음에 들었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담배도 어떻게든 끊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유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래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하루키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법에 관해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라고. 모두 달려서 건강해집시다와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내용은

달리기 그 자체에 대한 사유와 달리고 있는 내내 흘러가는 그의 의식을 붙잡은 기록들이다. 읽는 내내 달리지 않는 사람도 러너들이 달릴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기분을 느끼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뿐만 아니라 달리기의 유익함과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의미로 자연스레 흘러들어가는 흐름까지. 달리기 입문서로서도 완벽하다.  



러너로서 꾸준함과 근면성실 끝판왕



  서평을 쓰고 있는 나도 물론 경력이 2년으로 짧긴 하지만 길다고 할 수도 있는 2년동안 1000km미터를 달린 나름의 러너이다. 그런데 하루키가 책에서 설명하는 자신의 한 주 루틴과 달린 거리를 기록한 부분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하루키는 매일 10km를 달리고 한 달에 300km를 넘게 달리는, 그야말로 천상계의 러너였던 것이다. 그는 책에서 회고록의 형식으로 100km를 하루만에 주파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 완주한 이야기도 이어간다. 그는 소설가로서도 충분히 끝판왕이지만 러너로서도 끝판왕을 깬 획기적이고 인상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달리기를 축으로 한 인생에 대한 회고록


  그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에는 철학이요, 인생이다. 달리기는 그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운동이요 인생 전반의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해야할까.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하루키가 인생을 바라보는 인생관에 큰 영향을 미쳤을 달리기.  그리하여 그 철학은 그의 문학 세계에도 고스란히 담겨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점에서 그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에세이라고 느낀다.  뿐만 아니라, 모든 러너들, 특히 러닝을 시작하고 흥미가 붙기 시작하여 점점 먼 거리를 달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작품을 추천한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도 일부 담겨있지만 위대한 러너로서의 하루키의 모습이 굉장한 무게감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러너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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