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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전화벨이 울리고

by 황인갑

신집사님이 교회 공사를 하다 추락하여 두발에 골절을 입었다. 다행히 산재가 승인되어 휴업수당 병원비등을 받았다. 공사가 중단되어 사방으로 도움 요청을 했지만 되지 않았다. 그런데 총회게시판에 서울 강남교회 부목사님이 농촌교회 봉사하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미용봉사 건축봉사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시 부목사님에게 통화를 하고 부목사님은 담임목사님에게 전한다고 했다. 조금 있다가 담임목사님에게 전화가 와서 여기 교회 사정을 이야기했다. 나는 전화를 하고도 너무 먼 거리이고 무리한 일이라 생각했다. 목사님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며칠 후 이정한 집사에게 전화가 와서 교회 내 평수를 실측해 달라고 하고 목요일 부부가 내려와 건축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남파랑길 걷고 와서 돌아가는 길 보성녹차휴게소에서 전화를 받았다. 모든 경비를 교회에서 한다는 이야기였다. 교회 천장 벽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벽은 편백으로 하고 천장은 낙엽송으로 한다. 몇 명이 내려오는데 식사와 교회 비품을 치워주고 루바를 철거해 달라고 했다. 너무 졸음이 와서 휴게소에 들어가 쉬려고 했는데 전화를 받고 잠이 달아나버렸다. 너무 기쁜 소식을 들어서 흥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뿜어져 나와 졸음을 몰아냈다.

우리는 주일예배 후 전교인이 나와서 일을 했다. 이곳이 고향인 김철현목사에게 전화했더니 부부가 와서 도와주었다. 김철현목사는 농사를 해서 그런지 일을 잘했다. 동네 다른 분에게 부탁했는데 모두 거절했다. 무거운 의자를 이동하고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비트비계를 이웃교회에 빌려서 갖다 놓았다. 이왕 일을 할 때 바닥 타일도 해서 신발을 신고 들어와서 예배하도록 하려고 한다. 오늘 교회 일이 끝난 후 강남교회에서 2번 전화가 왔다. 첫 번째 전화는 내가 일을 하느라 받지 못했다. 목사님이 전화가 와서 때마침 교인이 헌금을 해주어서 얼추 금액이 맞는다고 한다. 천장에 있는 전구를 빼고 전선을 빼내어 다른 등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오장로 님은 연세가 77세인데도 비계위에 올라가 전기작업을 했다. 그분은 전기에 대해서 많이 아는 분이었다. 그동안 밥을 하지 않았던 아내도 맛있는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한통의 전화가 이러한 기적을 일으켰다. 교인들도 거의 80이 넘는 분이지만 밥을 하고 밥을 못하면 식사비를 제공한다. 교회 공사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어 다음 주일에는 리모델링된 새 성전에서 예배드릴 수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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