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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ul 26. 2022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기나길고 끈질긴 고민의 역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할리 없고,

또 모든 설명엔 그만한 이유와 정당한 삶의 결과를 받으며 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나의 문제점과 고민을 정의함을 포기한지 오래였다.


대략적인 성격 유형 정도로 모사할 순 있지만, 그것 또한 나를 닮아있는 표현이라고는 한치도 생각한적 없다.


MBTI 대유행의 흐름속에, 꽤나 솔깃해했지만 그렇게나 신기해하고, 흥미를 느끼는 반면 사람을 몇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는게, 사람 앎에 있어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는 세태 같아서 냉정하다고 느끼는 바였다.


그런 와중에, 금쪽 상담소의 신소율 배우를 보았다.

내 안에, 조금 더 예쁘장하고 정갈한 모습을 꺼내어 화면에 세워두었다면 신소율 배우처럼 말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잃어버린 내 면의 반쪽을 만난 것처럼 드높은 공감벽이 아, 나와 같은 종족이라는 국경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나의 말은 늘 상대가 듣기 좋은말, 혹은 반대하는 의견을 말할적에도 갈등과 와해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말을 고르고 골라, 맞춤형 답을 제공한다.

그렇다보니 내가 애초에 가졌던 원초적 본능에 기반한 '나의 의견' 이라는게 어떤것이었는지 잊혀지고, 지워버리면서 나라는 사람은 소신없는 기회주의자인것만 같아 스스로가 또 징그럽게 싫어지는 것이다.


신소율 배우는 그 표출되지 못한 자기 표현이 신체 이상반응으로 나타났고,

나는 자기, 타자 미움으로 빠지곤 했다.


도덕적 기준이 높아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고, 그만큼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타인에게 일방적인 상처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질감의 연결고리로 억측해보면,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방송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웬만큼의 신뢰도가 쌓이지 않는 이상 마음을 열고 꺼낼 수 있는 주제를 화제에 올리지 않는다.


내가 솔직하게 느낀바를 그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나에게 그럴것이라 생각한다.


불신으로 만들어진 자리는 껍데기처럼 가벼워서 불면 날아가고, 손가락으로 팅기면 툭 하고 떨어져 나갈것만 같은 무게에서 더이상 무게를 더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방송출연을 통해, TV 밖 HSP(Highly Sensitive Person) 인들에게

오은영 선생님의 금쪽같은 말을 (갈등을 해결하고, 부딪치면서 만나게되는 다양한 경험,사람들과의 미묘한 관계 이해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함께 들을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유튜브를 통해 이 영상을 접했는데, 댓글에는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백, 동조의 2차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 나누기, 공감, 함께 노력해보자는 결심의 댓글에 그 밤 울컥 위로를 받고 희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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