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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Feb 10. 2023

슬픔을 배우며

슬픔의 위안 - 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감정을 느낄때는 언제일까.

우울감, 짜증, 분노 감정 그 이상의 거대한 덩어리가 슬픔일 것이다.


나 화가나, 짜증이나 우울해 라는 말은 밥먹듯 일상과 함께하는 애증이라 스스로에게도, 또 함께 있는 사람에게도 비교적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나 슬퍼라는 말을 내뱉기까지는 신중하고, 엄격해진다.


정말 슬픔까지가 맞나.


나의 나약함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게 맞나.


어쩌면 참고 이겨낼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자기 검열의 꼬리를 물게 하고 결국 아무 답도 찾아지지 않는 막막함.


​슬픔이라는 단어는 그만큼 무겁고, 신성했다.


그리고 잘 몰랐다.


나의 슬픔의 깊이는 물론,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때 어떻게 조금의 위로라도 되어줄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타인의 사생활은 이상할치 만큼 관심이 없고, 감흥이 없는데 슬픔의 사건에선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다.


어쩌면 나의 슬픔 또한 외면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증이자,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말로 내 감정을 드러내는건 언제나 힘들고 익숙해지지 않는다.


잘 설명할 수 없는 개인의 사정은 정성껏 풀이된 해설지를 보고서도 알맞은 위안의 답을 찾기 어려운 슬픔의 그라운드 안에서는 설 곳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슬픔이라는 길은 누구라도 걸을 수 있고, 또 동행자가 되어 줄 수 있다.

이 책은 슬픔의 동행, 함께 가는 길의 여정을 위한 책이다.


책의 많은 부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에서 오는 슬픔을 다루고 있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다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 엄청난 고통이자 슬픔이라는 극명한 사실을 실감했다.


책 속 사례자들은 떠난 사람들을 모두 사랑했고, 애틋했던것 같아 읽는동안 오히려 반감이 들기도 했었다.


사랑까지는 아닌 사람의 죽음, 떠나고 나서야 용서할 수 있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예외적 사례들까지 포용하기에는 모순적인 구절들이 좀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게 있었다.


고통의 외침을 듣게 된다면 잘 들어주는것 외에는 능동적인 말과, 행동 어떤것도 떠올릴수 없는 막연함 앞에 차분하고 정갈된 조언, 마음 연습장을 제공해준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함만 가득했던 반려견의 죽음.


사랑을 주고 받은 기억이 너무 조금이라 안쓰럽고 원망스러웠던 아빠의 죽음.


슬픔의 전언을 듣게 될 앞으로의 날들.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상실에 몸과 마음을 온통 뺏겨버리지 않도록 이 책은 살피고 돌보아 줄 것이다.​



누군가를 가장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관련이 있는 사소한 것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P. 31


사소한 것들을 잃는 일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것들이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증명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가장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관련이 있는 사소한 것들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다.

P. 33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항상 그들을 후려치는 모루가 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지 서너 달이 지나 그럭저럭 지내는 것 같을 때, 예상치 못한 계기로 촉발된 감정에 휘둘려 만신창이가 된다. (……) 이런 순간은 스스로 아주 잘 견디고 있다고 자만할 때 느닷없이 찾아와서는 당신을 우스꽝스러운 꼴로 만든다.

P. 65


슬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심리적 특전은 슬픔이 애매모호함을 이해하게 해주고 삶의 진실이 절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둘, 보통은 그 이상임을 일깨운다는 점이다. 슬픔은 자기 이야기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변화시킨다. 중요한 사람을 잃고 나면 삶은 절대 다시는 명백해지지 않는다. 다시는 삶이 그냥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P.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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