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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Apr 05. 2024

산수유와 목련이라는 봄

자전거 여행_김훈


아무도 모르게 겨울동안 열심히 힘겹게 준비를 해왔구나
꽃몽우리를 맺고 잎을 처음으로 살짝 열었을 때까지 미처 몰랐는데
언제 그렇게 피어서 사람들에게 찰나의 평안과 황홀감을 안겨주나
대단하고 기특하다
언제고 그렇듯 피고 지고 또 피겠지
경이롭다 기특하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에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산수유_자전거여행/김훈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 꽃 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 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목련_자전거여행/김훈




김훈 작가님의 목련은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목련을 정확히 표현할수가 있나 싶어 감탄만 싶었는데 다시 곱씹어보니 목련의 죽음은 처절하고도 애처로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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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산수유_저작권없는이미지사이트 픽사베이
목련_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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