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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Jun 20. 2024

초조함

언제나와 같은 지독한 후회. 밀려오는 무력함과 아리는 권태. 이뤄낸 게 하나 없어서, 이뤄낼 게 너무 많아서, 제자리에 서 있으면 발바닥을 불태울듯한 바닥의 초조함은 사무치게 차갑고 쓸쓸하다.


고작 하루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건 타고난 천성인 걸까, 아니면 노력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강박인 걸까. 내가 서있는 곳은 현재가 아닌 미래. 난 현재에 쫓기며,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나를 벗어난 정신은 공중에 붕 떠 허공을 맴돌고 조여 오는 심장만이 내게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뭐든 잡지 않으면 그대로 내가 떠나갈 것 같아서 오늘도 하염없이 타자를 두드렸다.


누군간 한 달 만에 그토록 바라던 내 목표를 손쉽게 이룬다. 누군간 스무 살도 안 돼서 평생을 간직해 온 내 꿈을 이룬다. 무엇 하나 시작 해보지 못한 채 나는 패배자가 되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변한 적 없던 내 꿈은 어느 순간 ‘이제 와서?’라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스물셋. 고작 스물세 살에 우리는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린 다들 쫓기듯이 살아간다. 윗세대는 우리에게 노력할 줄 모른다고, 유튜브니 연예인 같은 허황된 꿈에 빠져 게을리 산다고들 말하지만, 우린 모두 그 허황된 꿈에 쫓겨서 살아간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 평범한 삶조차 실패라고 불릴 것만 같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바보같이 느껴질 때, 돈 한 푼 없이 사는 게 지치기 시작할 때, 내가 노력하지 않고 산다며 손가락질을 받을 때, 그럴 때마다 내가 너무 초라해서, 너무 모자란 것처럼 느껴져서, 어쩌면 정말 난 실패한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이 나를 옥죈다. 글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 하나 사주지 못한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 하나 없다. 오로지 나 혼자의 시간.  혼자만의 세상.


오늘도 난 꿈을 꾸며 살아간다.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고 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걸 안겨주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언제쯤이면 그게 가능할까. 언제까지 난 이렇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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