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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정 Jul 19. 2024

어려운 선톡

가까운 사람에게도 내 연락 빈도는 크지 않다

내 선톡 빈도가 아마 이정도..?

나랑 가까운 사람들은 가끔은 내 연락 빈도에 열불이 터질 것이다. 나도 충분히 이해하는 게, 내 연락 빈도는 내가 봐도 심각하게 적다. 극단적으로 친한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선톡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놈이 대화 주제를 던져주면 곧잘 받아먹는다. 누가 선톡이나 선디엠을 보내주기만 하면 대화를 이어가는 건 어렵지 않다. 상대방도 처음에는 '그래도 잘 받아주는구나?' 하며 더 많은 선톡을 감수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크게 적은 나의 선톡 빈도에 점차 연락이 뜸해지는 듯하다.


부끄럽지만 이런 문제를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나와 같이 대학을 간 중학교 동창과 다시 연락하며 '카카오톡 채팅 분석기'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대화를 분석해 보았는데, 나의 선톡 비율은 14%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주었다. 나같았으면 정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그 친구 혼자서 대화의 86%를 시작했던 것이다.


수치에 당황한 나는 의도적으로나마 선톡 비율을 늘리려 애를 썼다. 입학 전 프로그램도 같이 하자고 했고, 동아리 지원도 함께 고민하는 등 어떻게든 대화 주제를 찾아내 선톡을 걸었다. 다행히도 이러한 노력에 나의 선톡 비율은 20%를 훌쩍 넘어 30%에 육박했다. 초반의 선톡 비율이 평균을 깎아먹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나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동창과의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고,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도 분석해보았다. 단톡방에서의 대화 빈도도 내가 제일 적은 데다(물론 수능 이후 급증하긴 했다만), 친구들에게의 선톡 비율도 가까운 사이래도 40%를 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화를 '받아먹는' 습관을 갈아엎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나의 연락 빈도는 점차 잦아졌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다만 이렇게 하니 하루 종일 그 친구들 생각만 하느라 내가 피곤해졌다. 의도적으로 주제를 찾아내고, 억지로 주제를 만들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노력했을 때도 간신히 절반 정도 선톡을 보내는 주제에 무슨 꾀병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I성향 80%짜리 사회성 떨어지는 인간이란 걸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달라(물론 그런 게 변명거리가 될 순 없다. 나도 잘 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보다는 책에, 사람보다는 사물에 흥미를 느끼는 성격이었던 터라 사회성은 쥐똥인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좋은 친구들을 만나며 괄목할 만하게 좋아졌다만, 뿌리깊은 본성은 바꿀 수 없는 듯하다. 사람을 만나더라도 반드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들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온전한 나의 시간만이 나에게 완전한 휴식인 것이다.


다만 나의 본성을 완벽히 충족하고자 하면 나는 사람 무리로부터 고립될 거다. 그런다고 너무 많은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면 나의 휴식은 저 멀리로 날아간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과 바깥에서의 모습은 차이가 있겠다만, 나는 그 둘 사이의 괴리가 남들보다 많이 크다.


그래서 나의 두 자아 간 균형을 이루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문득 너무 나만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친구들과 학내 신문사 동료들에게도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기르려 한다. '사회적 나'와 '내면의 나' 사이에 균형이 잡혔을 때 친구들과의 관계도, 히키코모리적인 나의 내면도 풍족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8월까지는 방학이다. 방학이라고 친구들에게 연락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오랜만에 학원 친구들도 불러서 만나고,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에게도 조금씩이나마 연락을 더할 거다. 가끔은 몇 대정도 패고 싶은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 만나면 좋잖아~ 얘네 없으면 나 친구 없다고~~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내면에 충실하는 만큼 더욱 집중해줘야겠다. 미약하나마 노력이 끊기지만 않는다면 연말에는 훨씬 원만해진 인간관계를 가진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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