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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애주 Apr 04. 2024

최애의 eye✨

풀타임 개발자 파트타임 성덕의 덕질 로그 #03. 우주가 있어




  우주가 있어 네 눈엔 우주가 담겼어
  눈빛이 찌릿 통한 순간, 별빛 반짝 빛났어


우주가 있어(Orbit) - 종현







  엄마는 별꿈을 꿨다.



  까만 하늘에 커다란 별 하나가 빛났다. 환한 빛이 쏟아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별을 향해 걸어갔다. 온 세상이 별빛으로 반짝거렸단다. 아마 그래서 그런가부다. 그 꿈으로 태어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별을 보는 게 참 좋았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나의 별⭐



  하늘 아래 가장 빛나는 ❤최애❤에게 하늘 위에 별도 따다 주고 달도 따다 주고 싶은 덕후. 덕후의 세상에서 언제나 1등인 최애가 하는 말은 일단 믿어보는 게 덕후의 옳게 된 마음가짐이겠지만, 솔직히 가끔 힘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Q. "배우로서 본인의 외모를 평가하자면?"

  A. "이목구비가 '재미'있게 생긴 덕이지,

        사실 화장과 관리로 만들어진 거다."   



  ... ㅎㅏ, 오늘도 재미가 다 ㄷ1져ㄸr..ㅠ



  내가 겨어어우 찾아낸 최애의 단점 하나. 우리 최애는 외모에 대한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았다. 꾸준했다. 몇 년째 같은 질문을 하는 인터뷰가 피곤하지 않나 보다.



  근데 이런 일관성도 매력 있지? 원래 이런 사람이다. 내가 이래서 최애에 빠졌고, 오늘도 이래서 최애한테 또 졌다.


 

  슬기로운 덕질 생활을 오래오래 하려면 별을 빼다 박은 맑은 눈을 보면서도 저런 인터뷰는 못 본 척하는 흐린 눈이 필요하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봐온 최애는 '재미'에 대한 기준이 나와 좀 달랐다. 그래서 최애가 하는 말은 나한테 대충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다⭕ 최애의 얼굴은 재밌다❤



  인정? 어, 인정. 최애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밌다. 매일 찾아보는 그 얼굴이 여전히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히힣.



  그리고 땡이다❌ 아니, 이건 완전 틀렸다❌



  언젠가 최애는 기껏 만나서 아무 말 안(못) 하는 우리를 '재미없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흑ㅠㅠ 우리는 밑도 끝도 없이 최애 얼굴로 주접떨 때 제일 재밌는데, 이건 단톡방에 없는 최애가 아무래도 잘 모를 거다.



  내가 치사하게 뒷담화를 하고 말지. 최애의 앞에서 이런 대화를 들킬 수는 없다. 오늘은 왼쪽, 내일은 오른쪽. 매일매일 최애 몰래 쪼꼬만 그 얼굴 이쪽저쪽 야무지게 뜯어먹을 거다.



  사실 재밌다기보단 최애의 얼굴은 경제적이다. 크기로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춰 놓고 그 안에 최대한의 이목구비를 때려 넣어 얼굴로 할 수 있는 효용을 다 했다.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도 이렇게 만들 순 없는 법이다.



  우리말로 얼짱, 요즘 말로는 사기캐! 용안 폼미! 얼굴로 기강 잡고 당장 나라 세워! 그래, 나 언젠가는 저 이름으로 나라를 세우고 말 테다.











  사실 아빠가 나보다 먼저 최애를 좋아했다.



  재채기만큼 사랑은 숨기기 어려웠구, 심성에서 먹성,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은 것이 많은 우리는 피도 속이지 못 했다. 자꾸 아빠랑 흥얼거리는 멜로디와 챙겨 보는 방송이 겹쳤다. 아마 모두가 사랑했던 그 노래와 그 작품이었을 거다. 역시, 우리 ❤최애❤의 매력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범 가족적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 식구가 같은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돌연 탈덕 선언을 한 아빠 때문이다. 아빠가 나에게 최애를 최애하는 일을 양보하며, 최애의 스케줄은 가족 행사가 되지 않았다. (※ 정정합니다. 아빠의 최애는 그때도 지금도 우리 엄마래요..ㅎㅎ)



  결국 최애의 덕질은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나 혼자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외롭지 않았다.



  나 어린 덕후 시절, 아빠는 내가 최애의 앨범과 굿즈를 사느라 모은 돈을 다 써버렸을 때 엄마 몰래 용돈을 챙겨주거나, 암묵적으로 K-아버지들의 티비 독점권이 허용되었던 일요일에 최애가 나오는 음악 방송으로 채널을 돌려줬다. 내 통화 연결음이었던 최애의 노래 말고는 아는 노래 하나두 없었으면서.



  최애도 포기할 수 있는 사랑❤ 나 같은 덕후도 품어줄 수 있는 사랑❤ 어쩜 이것이 나와 최애를 동시에 응원하는 가장 다정한 덕질은 아니었을까? 가끔 최애의 노래를 이상하게 흥얼거리긴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덕질 메이트'다.











  곧 내가 아는 모든 모퉁이마다 봄이다.



  지난주에는 냉장고랑 옷장을 정리했고, 이번 주에는 봄 음식을 잔뜩 먹고 최애의 봄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잔뜩 담았다. 내 세상은 이래야 봄이 된다.



  꽃놀이도 지금 오면 젤 좋댄다. 저번달엔 진짜 바빠서 못 갔을 텐데 오히려 좋아! 오후 반차 쓰고 옷 가볍게 입고 칭구들이랑 꽃 보러 갈 거다\(^0^)/



  봄에는 봄꽃, 겨울에는 눈꽃 되어 내 맘에 불꽃을 피워놓구, 소박한 향의 들꽃이 되고 싶다는 나의 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는 꽃과 별이 있었나. 나는 아직 그런 건 이거 말곤 알지 못 한다. 그래, 언제라도 별 상관없다. 최애는 한 철 피고 지지 않고, 내 맘도 올 한 해만 하고 마는 시시한 KPI가 아니다.



  나는 그냥 이렇게 최애가 데려온 꽃길을 매일 걸을 테다. 이 꽃놀이가 내게 안 좋은 적이 없다. 오늘도 봄봄봄이라서 좋은 최애의 두 눈을 바라, 봄✨




p.s. 오늘도 ❤최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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