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처럼 사람에 시달리다가 온 밤에, 날개뼈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더 웅크려 새우잠을 잤다. 자주 뒤척이는 이유는 불룩 솟은 건 긁어야 가라앉기 때문이다. 욕실에서 나체로 거울을 볼 때 몸 이곳저곳에 붉은 선이 그어진 걸 보면서 길게 자란 색색깔의 손톱을 오독오독 씹어 삼키고 싶었다. 여기까지야, 누군가 알리는 것도 같다.
눈을 이글거리며 손끝을 바라보고 있는데, 너에게 연락이 왔다. 넌 망가져 버린 나와 닮은 게 많다. 말없이 마주 앉곤 했다. 그래도 어색하지 않다. 우린 종종 전단지가 나뒹구는 새벽 술집거리를 거닐었다. 비슷한 타이밍에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
너를 만나고 나면 살이 빠진다. 같이 마신 공기를 토해낼 때마다 소용돌이가 시간과 대화와 음식들을 모조리 앗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네가 잠시 사라졌던가. 내가 왜 화장실에서도 새우잠을 자고 있는 걸까. 등이 굽은 채로 입이 자꾸 흘러내린다.
전부 쏟아내 버리고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led 간판에 의지해 담벼락을 짚어가며 발걸음을 옮긴다. 그늘은 여름에도 춥다. 가끔 닭살이 돋곤 해서 몸을 녹이고 싶었다. 옷도 벗질 않고 욕조로 들어갔다. 수증기가 가득해 몽롱한 기분. 일렁이는 물결에 투명한 날개를 보았다.
천천히, 영영. 희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