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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Aug 14. 2024

종이접기

 

 반으로 접어 꾹꾹 누른다. 그럼 선을 긋는 거다. 괜히 상처 주는 말을 하고 해 봤자 마이너스만 될 것들을 일부러 뱉었다. 진심은 아냐. 거리 두려고 노력했다. 거리 두는 게 보일 때마다 내 안에 뾰족하고 무거운 걸 떨어뜨리는 것 같다. 그런데도 뭐가 좋다고 웃었다. 입술이 터서 아프다. 물이 닿을 때마다.


나를 이용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어? 시도한 적? 이용? 뭘까, 그게. 또 바보 같은 생각.


 덜 좋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노력을 후회한다. 허사. 삐뚤어진 마음으로 어린 행동을 한다. 나쁜 상상도 가끔 했다. 미안.


 불가능할 만약 같은 거 가정해 봤자 피곤해지는 일이고. 부담스럽겠지. 그걸 알아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기대하지 않으려고.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매번 입을 다문다. 전달되지 못한 질문이 메모장에만 쌓여간다. 말을 하면, 다 드러나고 말 테니까. 쭉 잘 숨겨보자. 바닥 근처의 못남을.


 이따금 잠 속으로 불러냈다. 가끔 꾼 꿈. 얘길 전하지 못하는 건, 꿈에서도 가로막혀 있어서 그렇다. 상상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니 씁쓸하다. 내가 복잡한 인간이라 복잡해지는 것들 싫은데. 여전히 단순해지는 건 아주 멀다. 늘 나의 뒷모습만 보여주고 쌩하니 떠나버리는 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계단이 높지는 않았을까. 같이 걷고 싶다. 늘 했던 물음. 속으로만,


 결국엔 끝이 존재하는 게 만남의 다른 뜻이라면, 나는 그 끝을 아주 얇아질 때까지 밀대로 밀고 말겠다. 다른 것들은 의미가 없다. 단언을 내려간다.


 작게 접었다. 아주 작게. 나조차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접으니까, 두께가 생겨서 자주 걸려 넘어진다.


잡아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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