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유 Aug 15. 2024

Jun.28


안녕, 글을 쓰려고 누웠습니다. 앉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눕기로 했어요. 아, 팔을 뻗다가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었어요. 범인은 종이였습니다. 당분간 물기가 묻은 뭔갈 만질 때 조심해야겠어요. 벌써 따끔거리거든요. 머리맡에 놓인 빈 메모지가 보이고요, 정돈된 연필도 눈에 띕니다. 연필이 번듯해요. 물건 있잖아요 물건? 걔네 사람만큼이나 바쁜 걸요. 쓰임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도 어쩌면 비슷해요. 만약 비슷해지지 않길 원한다면 눈을 감아야 합니다. 번뜩 뜬 눈은 음, 너무 많은 걸 보게 하니까요. 현대인의 필수품은 안대 아니겠어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같이 무언갈 써 내려가면 예리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쓰는 거 좋아한다고 물으면 내 밥벌이를 걱정해 줘요. 다정하죠? 의식주의 중요성을 배운 보람이 있네요. 어디서 끼니 거를 일은 없겠어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을 했어요. 더 많이 시도하는 글. 더 많이 덜어낸 글. 집약, 결국엔 글을 위한 글. 그러니까, 누군가의 글을 모아보면 하나의 세계관이 되기도 합니다. 뚜껑을 열 때마다 비슷한 모양이 튀어나오는 걸 정말 원했냐고요? 사실 마트료시카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뭐 그래요. 관점에 따라 본인만의 특색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어떻게 혼자서 모든 시간과 공간대를 살겠습니까. 그래요, 적당한 수준에서 적당히 써야죠? 예, 핑계가 길었죠. 그렇게 부담 갖지 말자고 하면서도 매일 책 한 권과 영화 한 편을 봅니다. 나는 아니겠지 나는 아니겠지. 뒤돌아서는 나도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럴 것 같아. 작심삼일은 훌쩍 넘겼으니 말해도 되겠죠? 수많은 시도 끝에 깎이고 깎여 예리해지는 거죠. 과녁을 향해 쏘는 겁니다. 그런데 음. 과녁을 향해 쏴야 하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