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든 것이 흐릿해질 것을 알면서도,
너의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언어의 가장 작은 집.
너를 부르면,
그 안에 갇히는 네가 보인다.
빛이란 정적의 반대인가, 아니면 정적의 변형인가.
네가 대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묻는다.
너는, 내가 내뱉은 질문 안에 살아있을까.
기억은 무겁다.
실상 가볍게 흩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너에게서 미끄러지는 그림자였다.
우리가 느낀 온도는 실재했을까.
체온을 공유한 환영이었을까.
너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네가 사라질 때,
나는 네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남긴 빈 공기 속에 머물 것이다.
너와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해.
너와의 사랑이 내 기억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면,
그건 사랑일까, 아니면….
우리는 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그 공간에서 비로소 나는,
너를 떠난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