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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Dec 13. 2024

눈길



눈발이 휘날린다.

창밖은 희미하다.

한때 나를 지나간 것들이 흩어지며 쌓인다.

눈송이 속에는 오래된 목소리가 있다.

들리지 않는 언어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손짓.


숨을 고른다.

너무 차가운 기억은 얼어붙고

너무 뜨거운 생각은 녹아내린다.

남는 건, 무채색의 조각들.

투명한 시간의 틈새로 스며든다.


눈발 사이로 보이는 것들.

다시 사라질 것들.

감히 이름을 붙이지 못한다.

그저 본다.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결국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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