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해야지.
집 앞 나무가 어제보다 조금 더 기울었고,
뿌리내린 일상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스며드는 겨울
말해지지 않은 몫의 말들이
입술 안쪽에서 스스로 무너진다.
쓰고 싶은 말들은 손끝에 닿기도 전에
먼지처럼 흩어진다.
그러나 또 한 줄을 적는다.
묻지도 않고 답하지도 않는
그저 존재하는 투명함이
오늘의 첫 문장이다.
이름도 없는 시간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어김없이 자라난다.
비틀린 선 사이로
작은 싹이 돋아 있다.
발 밑에서 눈이 부서지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