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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Dec 14. 2024

어김없이



감당해야지.

집 앞 나무가 어제보다 조금 더 기울었고,

뿌리내린 일상은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스며드는 겨울

말해지지 않은 몫의 말들이

입술 안쪽에서 스스로 무너진다.


쓰고 싶은 말들은 손끝에 닿기도 전에

먼지처럼 흩어진다.

그러나 또 한 줄을 적는다.


묻지도 않고 답하지도 않는

그저 존재하는 투명함이

오늘의 첫 문장이다.


이름도 없는 시간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어김없이 자라난다.


비틀린 선 사이로

작은 싹이 돋아 있다.


발 밑에서 눈이 부서지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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