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끝자락을 걷는다.
흘러가는 손끝에 남은 온기를 담아,
닿을 수 없는 벽을 바라보며
무엇을 잃고 무엇을 남기는지 묻는다.
그들은 벽 너머에서 선을 그린다.
너는 더 이상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며
낡은 연필로 서툴게 긋는 직선이
나의 그림자를 가르고 지나간다.
대답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숫자가 아니라 몸으로 새겨진다.
흙을 밟으며 무너지지 않을 발걸음을 남기고,
묶인 끈처럼 단단한 표정을 세운다.
남기고 간 자리는 비어 있겠지.
그 빈자리는 누구의 것이 되느냐고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물속의 돌처럼 무심히, 그러나 견고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뒤는 이미 지나간 바다,
앞은 이룰 수 없는 섬.
모든 것은 머물다 떠날 뿐.
이곳은 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선 위의 벽돌처럼 쌓인다.
그러나 이 마지막 하루만큼은
닿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적시는,
그러나 끝내 마르지 않는 물.
나는, 그렇게
흘러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