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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Dec 17. 2024

눈부시게 아프게


결아, 결아. 왜 또 눈가가 붉어졌어.

울지 마, 무너지지 마.


왜 네가 가는 길마다 신호는 어김없이 막히는 걸까.

왜 하필 지금일까.

너를 스쳐 가는 작고 사소한 것들마저

너무 못되게 구는 것 같지는 않니.


요즘도 울 때면,

주저앉아서 엉엉 울지는 않는지.


왜 여전히 잠을 잘 못 자.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을 예매했어.

그 사람 노래 들을 때마다

네 생각나서

목소리 끝에 기대어 서성거렸어.


날이 많이 추워.

두 손이 빨개질 때까지,

입술이 갈라지고 부르틀 때까지

네 손을 잡았던, 너를 안았던

지나간 겨울이 아프게 떠오른다.


있잖아,


모나지 않은 네 손가락에 스며든

이질적인 굳은살을

하나씩, 전부 뜯어먹고 싶었어.

뼛속까지 꼭꼭 씹어 삼켜내면

그럼 너는 새살이 돋을 거야.


결아, 너는 그제야 다시 피어나겠지.

겨울 끝자락에서

눈부시게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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