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관찰 속에서 드러나는 창의성의 본질
창의성은 분명 타고나는 능력이며, 그 비율은 많지 않다. 교육은 분명 역할이 있지만, 때로는 타고난 창의성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에디슨이 말한 “발명은 99% 노력과 1% 영감”에서 이 영감이 바로 창의성이다.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혜의 대부분도 창의성을 의미한다. 창의력은 창의성과, 그 창의성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힘(영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자녀가 창의성을 타고났는지는 어린 시절 놀이의 방식만 잘 관찰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장난감을 갖고 노는 방식을 보면 된다.
한 가지 장난감을 다양한 도구로 활용하며 오래 즐겁게 가지고 논다면 창의성이 높은 편이다. 이는 한 사물에 대한 깊은 집중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반면 장난감을 몇 번만 기본 용도로 사용하고 곧 흥미를 잃는다면 창의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장난감을 스스로 찾아내는가를 관찰해보자.
새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집 안이나 놀이터의 평범한 물건들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변환해 사용한다면 상당히 창의적인 아이다. 창의성은 기존의 것을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새 장난감을 사주기만 하면, 오히려 아이가 기존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잃어 창의성이 약해질 수 있다.
셋째, 장난감이나 물건으로 모양을 만드는 방식을 살펴보자.
창의성은 무질서와 다르다. 자연의 혼돈에도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듯, 창의성은 그 질서를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힘이다. 아이들이 여러 물건을 조합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 때, 겉보기에는 어질러져 보이지만 아이 나름의 질서가 숨어 있다. 반대로 정해진 방식대로만 배열한다면 규범성이 창의성보다 강한 편이다. 지나치게 깔끔함을 강요하는 부모는 이 창의성을 억누르기 쉽다.
넷째, 비교·분석 능력을 보자.
비슷한 것의 차이를 찾거나, 서로 다른 것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깊은 창의성을 지닌 아이다. 창의성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에서 출발한다.
다섯째, 부모의 성향과 태도다.
부모가 엄격한 규율과 성적을 지속적으로 강요했다면, 타고난 창의성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규율은 단순히 나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일상 전반을 부모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하루 대부분을 여러 학원으로 채우며 아이에게 스스로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창의성은 이미 약해졌다고 보아야 한다. 창의성은 부모의 양육 방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여섯째, 자녀가 사물에 얼마나 놀라는가를 살펴보자.
평범한 사물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크게 놀라는 아이는 창의성의 중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창의성은 늘 보던 것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때 발현된다. 성장하면서 고정관념이 강해지면 이 감각은 약해지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18세가 되어서야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그만큼 새로운 관점을 유지한다는 것은 큰 재능이다. 아이의 놀람과 신기함을 폄하하지 말고, 그 순간을 함께 즐겨야 한다. 핀잔을 주면 창의성은 금방 사라진다.
일곱째, 새로운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이야기는 기존의 스토리를 재해석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암기한 이야기를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면 창의성을 타고난 것이다.
여덟째, 그림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을 보자.
평범한 방식이 아니라 순간의 감각을 포착해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높은 창의성을 가진 아이다. 창의적인 그림은 대상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드러내고, 과한 꾸밈보다 소박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는다. 이는 고도로 절제된 감각과 영감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가다.
창의성은 자연과 가까운 감각이다. 음악은 자연의 소리에 인간의 감성을 더해 표현하는 것인데, 여기에 자기만의 해석이 담기면 창의성이 높은 것이다. 거장을 흉내 내는 것이 창의성이 아니다. 독창적인 표현이 핵심이다.
열 번째로, 한 대상에 얼마나 집중하는가를 살펴보자.
얼마나 오래 집중해서 그 대상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멍한 것과 집중은 눈빛에서 구분된다. 집중은 눈빛이 또렷하고 빛을 머금으며, 이때 두뇌 깊은 곳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사고 과정이 작동한다.
이상 열 가지를 잘 살피면 자녀가 얼마나 창의성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이 열 가지 특징을 가진 아이를 둔다면, “영재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프로그램을 시키기보다 있는 그대로 성장하게 두는 것이 가장 좋다. 황금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창의성은 집중력이 깊어졌을 때 인간의 내면에서 신적인 감각처럼 솟아오르는 최고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