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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소니아 Feb 15. 2024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

일본여행 7일차(2024.01.21.일)

I. 기상

 1. 계란

 일본에 오고 나서는 설레는 마음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했던 내가 7시 40~50분쯤이 되면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일어난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무릎과 종아리가 아직 아프긴 했으나 그래도 오늘이 후쿠오카의 마지막 밤이 될 날이기에 내 정이 담김 오호리 공원을 안갈 수가 없었다. 아침에 늘 하던 대로 런닝을 뛰고 조식을 먹었다. 이 조식에서 계란이 상당히 신기했다. 항상 계란을 먹을 때마다 완숙과 반숙의 경계로 삶아져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고르는 계란들마다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봐야할지 아니면 확률상 가능한 일이라고 해야할지도 의문이 들긴 한다.


  2. 운명

 '운명이야.'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들었다. 특히 '어쩔수 없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말이다. 곰씹어보면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내 노력 값에 대한 결과가 결국 세상에서 이미 정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노력할 것이였다는 것도 세상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논리로 귀결이 되기도 할 것이다. 참 비관적인 표현이기도 하면서 사람이 벽에 부딪혔을 때, 포기할 때 할 수 있는 변명거리로도 쓰기 좋은 표현이기도 하다. 나도 운명에 대해 원망한 적이 꽤 있긴하다. 보통 '타이밍'과 관련된 일들 이였다. 예를 들어, 내 인생에서 꽤 큰 영향을 차지한 사건 중 상위권에 있는 고등학교 전교회장 선거가 아주 적절한 예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교회장이 됐을 경우 학생회 시스템과 학생 전체 회의 시스템에 관하여 바꾸기 위해 계획을 모두 세웠으나 고등학교 내에 내 중학교 출신 선배나 후배 중 잘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인원수도 아주 적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상대방으로 나왔던 여자애의 경우 같은 중학교 출신 중 잘 나가는 선배와 후배들이 많았고 이 애가 중학교때 전교회장 출신이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내 쪽의 기세가 강했고 예측도 내 쪽으로 기울었다. 나도 내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342 대 384 기권표 44로 내가 패배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출신을 떠나서 나를 진정으로 지지해주는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얻으면 얼마나 힘이 생기는지를 깨달았다. 나의 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강한 힘을 주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내 학년에서의 학생회장 선거는 끝났고 내 후배의 학생회장 선거였다. 여기서는 오히려 당선이 유력한 애가 나오지 않고 후보자가 1명 밖에 나오지 않아 무투표 당선이 되었다. 이것을 보고 '난 진짜 안될 놈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운명을 탓했다.


 운명을 원망한 적이 있기도 했으나 운명을 찬양한 적도 있긴했다. 예를 들어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 경우이다. 지금까지도 만나는 동네친구들과 대학 친구들, 버거킹 01즈 등등 이들과 가족도 아니고 서로 연락하고 같은 집단으로 들어간 것도 아닌데 같은 집단으로 묶여 그 안에서 서로 친해진 것이기 때문에 정말 운명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때이다. 이것은 확률적으로 수치화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일어나는 것이 기적에 가깝기 때문에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론적이긴하지만 '운명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도출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정말 모르겠다. 일단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답변을 들어보고 좀 더 탐구해봐야겠다.


II. 후쿠오카의 마지막 탐방

  1. 점심

 일단 항상 먹던 시노야에서 장어덮밥을 먹었다. 오늘따라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먹은 후 카페에 가서 그동안 썼던 글에 대해 검토해보기 위해 카페를 가려고 했다. 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체인점인 '카페 벨로체'를 검색했다. 지하철 역으로 한정거장인 아카사카역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루에 7~8키로를 걷는 나로써 이정도는 가뿐했다. 들어가서 글을 검토했다. 내 옆옆에 할아버지께서는 독서를 하셨다. 나도 할아버지가 먼저 가실 때까지 독서를 하기로 했다. '제너럴스'라는 책인데 미국의 명장들은 어떻게 장군들이 되었는가라는 책이다. 장군을 꿈꾸지는 않지만 곧 장교가 될 사람으로서, 미래의 차관이 될 사람으로써 리더쉽을 본받아야하기 때문에 필독해야한다고 생각한다.


 2. 야쿠인역

 아카사카역 카페 벨로체에서 텐진역 방향이 아닌 밑 방향으로 쭉 직진을 했다. 길을 계속 따라 가다보니 초등학교가 나왔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야구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였으면 PC방에 가 있었을텐데 건강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안그래도 화장실이 급했는데 기차역을 발견했다. 기차역의 이름은 '야쿠인역'이다. 내 생각에는 이 야쿠인역이 숨겨진 뷰 명소이다. 저 2층으로 올라가보면 한적한 소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건물이 빽빽하고 차와 사람이 많은 도시를 위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건물과 차, 사람이 적은 소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야쿠인 역을 봤고 잠시 화장실을 들렸다가 나는 계속 전진했다. 한적한 주택가였다. 계속 걸어가다가 또 초등학교를 발견했다. 후쿠오카 시립 타카미야 초등학교인 것 같다. 여기는 학생들이 10명 정도 있었는데 다 따로 노는 그룹이였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였다. 아버지가 투수였고 아들이 타자였다. 일본에서는 야구를 하는 것이 축구를 하는 것에 비해 더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어렸을 때 함께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 나도 아들이 생기면 캐치볼부터 시작해서 야구장에 많이 데려갈 것이다.

 그 후 계속 동네를 탐방하다가 잇폰기 공원을 지나갔다. 여기서는 주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이 보였다. 부모님과의 추억이 없는 나로써는 정말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날씨도 좋고 하늘도 예뻤기에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이였다. '평화'가 깨지지 않게 나도 이바지할 것이다. 평화라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누군가가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힘을 쌓은 강대국이 되기 위해 몸을 갈아 넣어 보겠다.


3. 카페

 야쿠인 역에 미스터 도넛 카페와 미스터 다운트 카페가 있었는데 둘 다 자리가 가득차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롯폰마쓰역 쪽으로 복귀하다가 2층부터는 미츠비시 자동차 회사로 보이는 건물 1층에 카페 자리가 널널하여 이동했다. 이 곳에서도 글을 검토하고 책을 읽었다. 놀라운 사실은 나보다도 먼저 온 일본인들이 2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안나가고 나가려는 의지조차 안보인다는 것이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카페 사장이 이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있겠다.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휑한 자리를 만드니 차라리 이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함으로써 홍보효과를 내고 자신도 야박하다는 안좋은 소문을 듣지 않는 것이 이롭기 때문이다. 이곳의 화장실은 매우 특이했는데 문을 여는 방식이 문에 손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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