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있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은 내가 잘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 시절을 부잣집 막내딸로 지낸 엄마는 중학교를 입학하면서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만 했다는 사실 밖에는.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멋지고 능력 있던 엄마의 아빠, 내가 만나본 적이 없는 나의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중학교를 입학하기 전 돌아가셨고 하루아침 그렇게 엄마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마침표를 찍었던 것 같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와 외할머니는 절을 하시는 이모의 집으로 들어가 얺혀서 살았다 한다. ”회봉원”이라는 절인데 그 시절 살아본 적 없는 나는 엄마의 이모부가 스님이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회봉원 절 구석에는 쓰러져 가는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한다. 외할어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부유할 시적에는 크디큰 기와집에서 부잣집 막내딸이던 엄마는 회봉원으로 들어가면서 고생이 시작되었던 것 같은데.
외할머니는 이미 풍으로 병석에 계셨고, 6남매 막내였던 엄마와 외할머니는 그렇게 회봉원 구석 초가집에서 둘 만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중학교 막 입학할 나이. 내가 영국으로 유학을 온 그 나이이니 어린 엄마가 축은하다.
엄마의 일상은 새벽 일찍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초가집 옆에 붙어있는 부얶에서 외할머니의 아침을 준비하고, 시큼큼한 냄새가 나는 외할머니 병상 옆에 아침상을 채려 두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다.
많이 울었단다. 외할머니한테 못할 소리도 많이 했다고 한다. 나를 왜 낳았느냐. 차라리 엄마도 아빠 따라서 빨리 가라. 그 어린 나이에 삶이 어찌나 힘들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고 말을 뿜었을까.
학교에 가서도 엄마의 힘든 하루는 계속되었다.
공부를 잘해 반장을 하고 성적도 1등을 놓치지 않던 엄마는 수업료를 내지 못해 불러 다니고 빨아도 빨아도 없어지지 않던 그 시큼한 냄새의 교복 안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아이 같은 모습을 하루하루 잃어간 것이 아닌가.
그때 시절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엄마한테는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이기에 눈물 없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