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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Jan 27. 2024

기버 이론

   나는 어설픈 기버

O 기버 Giver : 퍼주는 사람

O 테이커 Taker : 받기만 하는 사람

O 매처 Matcher : 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

                                      역행자 (자청지음)



 사람이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대소사를 겪게 된다

그럴 때 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기쁘고 행복할 수도, 내가 너희들에게 어떻게 했는데 하며 서운해 할 수도 있다


O기버 : 퍼주는 사람

1을 받으면 2를 주는 사람

많은 부자들 중에는 기버들이 많다고 한다

1을 받고 2를 주어 신뢰가 쌓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현명한 기버이다

그러나 호구가 되는 기버도 있다

테이커(받기만 하는 사람) 나 매처(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를 구분하지 못하고 기버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본다

23년 11월 내 딸이 수능을 쳤다

같은 직장 동료들에게 많은 쿠폰과 선물을 받았고, 나에게 시험 잘 쳐라는 응원을 해 주었다

흡사 내가 수험생인 듯하다며 함께 웃기도 했다

나의 친구들과 이웃, 친척들에게도 돈과 선물을  받았다


내 딸이 응원의 선물과 돈을 전달받으며 "엄마 인맥 장난 아니네" 하며 기뻐했었다


일단 다행이다 '호구 기버'는 아닌가 보다


작년 봄

나는 큰 수술을 하고 2주간 병가 후 출근을 했다

우리 팀원들은 케이크와 꽃바구니와 돈봉투를 선물해 주며 내 건강을 걱정해 주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울컥했었다

별로 해준 것 없는 나에게 이 사람들은 왜 나를 챙겨주는가?


나는 나의 성격이 까칠하고 예민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

1을 받으면 2를 주어야 마음이 편한 나 자신이 받을 줄 모르는 성격이라고 자책한 적도 있었다

받은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것을 주지 않으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여  기어이 하나를 더 주고야 마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자꾸 주냐고 한 적도 있다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장점으로 적혀있는 글을 보고 있자니

나에게 돈은 없어도 사람은 있구나 싶어 기쁘다

그렇다고 내가 호구스타일은 아니다

두세 번의 호의를 너무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딱' 선을 긋는다

호의를 권리로 받는 사람에게는 내가 잘해 줄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냉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왜 자신에게는 따뜻하게 대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차마  구체적으로 말을 해 주지는 못하고 에둘러 대답을 하곤 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초기에 나는 장사를 해 보고 싶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장 안에 족발집을 하게 되었다

장사를 시작하고 손님이 얼마 없을 때는 두세 번 방문한 손님들을 기억했고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서비스를 챙겨 드렸다

그러자 그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고 다른 손님들을 데리고 와주었고

시작한 지 두 달째부터는 주말이면 한 모금 물마실 시간도 없이 바빠지게 되었다


장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참 퍼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손님이 오시면 드리려고 아이들 과자를 사 두었고

소스가 맛있다고 하신 손님에게는 잊지 않고 소스를 여러 개 챙겨 드렸다

날씨가 더우면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고 차가운 요구르트를 준비했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가격을 DC 해 주기도 했다

양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넣어드리기도 했다

주위 상인들은 (평균 60세 이상) 그러면 돈 못 번다고 충고를 해주시기도 했지만

작은 것 하나 준비했는데 좋아하는 손님들을 보면 기분도 좋고, 이것이 손님들에게 감사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생각하지 않고 계속했었다


그러나 금방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가 점차 장기화되고 하지 않던 육체적인 노동에 손목까지 탈이나

일여 년 만에 접었다 

결론은 직장 다닐 때와 비슷한 돈을 벌었고, 남은 건 손목과 손가락 통증뿐이었다

그때 참 자책을 많이 했다

내가 알뜰하지 못하고, 셈에 밝지 않아 지출이 더 많아졌다고...

그래서 이런 성격을 고치려고 마음먹었던 적도 있었지만 불편해서 살 수가 없어 그냥 생긴 대로 살자 했다 

휴... 나는 어설픈 기버인 듯하다.


내 딸에게 가끔씩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열명에게 1을 주고, 열명 모두에게 1을 받지 못한다고 슬퍼 말아라

열명에게 주고 2~3명에게 받으면 성공한 것이다

나 또한 1을 받으면 1안에 있는 그 사람의 돈과 시간과 마음을 생각해라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는 정리하든지 어렵다면 가볍게 알고 지내도록 해라

그리고 서운해하지 말아라

그 사람은 그냥 그런 사람이다


내가 바르게 가르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설픈 기버를 가르치는 걸지도.


내가 인생을 그리 훌륭하게 살아오지 못했기에 다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한 인간이 되고자 열심히다

그래서 오늘도 독서를 한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몇백 년 전에 살았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르네 데카르트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자식을 키우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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