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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수 Feb 23. 2024

강아지와 고양이의 아침 7시 미팅

비숑 강아지와 버먼 고양이

 주택가에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우리 부부는 아침 7시에 찾아오는 고양이와 강아지 후추의 미팅을 자주 보곤 한다. 아침 용변 담당인 내가 매일 아침 대문을 열면 후추의 ‘쉬쉬 타임’이 시작된다.


 후추는 팬데믹에 태어나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사회성을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동물을 더 좋아한다. 이런 강아지를 나는 ‘팬데믹 베이비’라고 부른다. 처음 보는 사람을 무서워해 친해지면 만져달라 애교 떠는 사람 좋아하는 그런 강아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항상 반쯤 감긴 눈으로 사람들이 나오기 전에 후추를 재촉한다. “후추, 쉬쉬! 빨리 쉬아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앞집에 사는 고양이가 집 앞에 방문하는 빈도가 늘었다. 어쩌다 한번 마주쳤던 앞집 고양이가 요새는 자주 보인다.


 그 생김새가 심상치 않아 찾아보니 ‘버먼’이라는 종의 고양이었다. 털은 장모도 단모도 아닌 것이 적당한 길이에 눈은 파랗다. 얼굴과 귀, 꼬리는 색깔은 고동색이며 배와 발은 하얀색 털이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쓰다듬어 주진 못해도  꼬리를 휘감는 걸 받아주는 정도로 나도 고양이와 아침 인사를 나눈다.


 후추가 고양이에게 다가가면 고양이는 발라당 배를 보여주며 몸을 배배 꼰다. 하지만 고양이는 고양이인지 개의 습성대로 생식기 냄새를 맡으려 들면 사정없이 앞발로 후추 뺨을 할퀸다. 여러 번 당해 본 후추는 치고 빠질 타이밍을 잘 안다. 그렇게 그들만의 규칙과 매너를 배우며 우정이 쌓여가는 듯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반쯤 감긴 눈은 그대로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진다. 그들의 미팅을 보는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후추는 대문을 열면 다리를 들어 올려 소변을 보지 않고 제일 먼저 까만 얼굴의 고양이 친구를 찾는다. 소변을 보다가도 차 밑을 살펴보고 옆집에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그러다 어떤 날에는 친구를 찾다 변 보는 것도 잊는다.


 그런 날은 ‘쉬쉬 타임’이 한 번 더 늘어 나는 데,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은 고양이 친구와  오후 미팅이 잡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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