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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JI Oct 15. 2024

아직도 그 집에 삽니다

나는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는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 내 불만이 수그러들었다.


남편과 나는 집주인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며칠 후 야구 모자와 청바지 차림의, 딱 봐도 기술직 종사자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아파트 시설 관리 용역사의 책임자였다. 화재 사건에 대해 그가 한 말은 이것이다.

보일러실에 불이 났던 이유 : 물을 데우는 전기 장치(코일)와 데워진 물의 온도를 유지하려고 넣어놓은 (내가 알아듣지 못한) 물질이 서로 닿았을 때, 그때 일어난 스파크 때문에 불이 났다. 안전한 물질로 교체했다. 앞으로 더 이상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지하에 불이 났을 때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자체 진화했다.

아파트 모든 소화전의 작동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단수가 되어도 물을 다른 곳에서 끌어올 수 있다.

이 나라는 전압이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심한 것이 문제인데, 이 아파트는 도시에서 몇 안 되는 대형 안정화 장치를 구비하고 있다.

실내 화재 예방을 위해 1년에 한 번은 두꺼비집을 내리고 콘센트를 점검해야 한다. (점검은 누구의 책임인지 묻자) 임차 계약서를 확인해야 하다.

각 가구마다 (주방 등에) 화재 알람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미국 대사관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 알람 구비 여부를 포함한 ‘주거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활용한다.


그가 내게 특별한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공짜로 무슨 서비스를 해준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했을 뿐인데 내 마음은 잠잠해졌다. 인간사는 결국 소통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집을 떠나고 싶었던 것은 불이 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민원을 받기만 하다가 이번에 민원인이 되어보니 이것도 편치 않았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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