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장과 대통령이 공존하는 곳

by RAMJI

가나 Oti 지역에서 부족 간 충돌이 발생해서, 1.17.(금) 기준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으며 건물 십여 채가 화재로 파괴되었다 한다. 대사관 안전공지를 자세히 읽으니 이 지역에서 Challah, Akyode, Adele 세 부족이 추장제(Chieftaincy)를 두고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같은 지역에서 2023년 얌 축제를 위한 의식을 둘러싸고 충돌이 일어나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는 기사도 읽었다.


남편이 지방 출장을 다녀와서는 추장을 만나고 왔다고 한 적이 있다. 과거에 추장은 부족의 우두머리로 왕과 다름없는 존재였다고 들었다. 현대사회의 추장은 누구이며 뭘 할까?


가나에 추장제가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1300년에도 있었다고 한다. 영국은 가나를 식민지로 삼을 때 전통적인 추장제를 활용한 간접통치 방식을 써서, 추장이 지역 정부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독립 후에도 추장제는 가나 헌법과 (2008년 제정된) 추장제법에 따라 유지되고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추장은 지역의 영적인 지도자로서 지역 내 갈등을 중재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지역의 재산을 관리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역 현안에 대해 추장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감이 오지 않아서 아는 가나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와 내가 주고받을 수 있는 영어 단어가 극히 한정적이기에 풍부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의 어투로 미루어 보아 추장이 지금도 막강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추장은 상당한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특히 Ashanti 지역의 경우 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추장도 상당히 부유하고 힘도 강하다고 했다. 금이 나는 땅이 법적으로 추장 개인의 것인지 공동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땅의 사용에 대한 결정권을 추장이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땅에서 나오는 수익도 상당 부분 추장에게 가는 듯하다.


다시 최근 읽은 뉴스로 돌아와 세 부족 간 갈등의 원인을 찾아봤다. 갈등의 핵심은 대추장직(paramount chief)과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세 부족이 서로 추장직을 갖겠다고, 서로 Nkwnta 땅을 갖겠다고 싸웠다는 것이다. 혹시 이 싸움은 영국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코파일럿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식민 통치 기간 동안 영국은 가나의 작은 부족들을 더 큰 부족과 통합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부족 간 계층적 관계를 만들었고 전통적인 권력 구조를 변화시켰다. 여기에 더해 독립 이후 당파 정치까지 얽히면서 (A족은 NPP를 B족은 NDC를 지지하는 대립이 일어났고 그 결과) 한 지역에서 여러 부족이 추장직과 토지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되었다. 과거 가나 북부 Bawku 지역에서 발생한 Kusasi와 Mamprusi 부족 간의 갈등이 그런 사례라고 하는데, Oti 지역도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금광이 분포한 지역의 추장이 특히 부유하고 권력도 강하다는 지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 추장제가 기득권층의 이권을 보호하는 제도일 거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직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나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가 아닐까.


(글에 쓰인 정보들의 출처입니다)

https://adanwomase.com/chieftancy-in-ghana/?form=MG0AV3

https://1library.net/article/local-government-colonial-era-chieftaincy-indirect-rule.q5pdx6jy?form=MG0AV3

https://www.ajol.info/index.php/eajhss/article/download/278962/263170/654311

https://www.academia.edu/35008541/The_Kusasi_Mamprusi_Conflict_in_Bawku_A_Legacy_of_British_Colonial_Polic_y_in_Northern_Ghana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정전